LA타임스, '권익찾기에 소극적인'아시아계 불법 이민자 분석…"거리 시위 남미계와 대조"

[뉴스진단]

 신분 노출 꺼리고 노동허가증 심사등 문제될까'불안'
 반이민법 시위등도 참여 꺼려…개인 해결 의식 강해

# 올해 31세 한인 미치 조 씨는 불법체류자다. 조 씨는 한국의 억압적인 전통 중시 풍조를 피해 미국으로 왔다. 현재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이스트 LA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여느 불법 체류자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다만 라티노 친구들이 불법체류자 권익 증진을 위해 거리에 나가 시위를 할 때 조 씨는 그저 방관자로 있다는 것이 차이다. 그가 시위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이 불법체류자임을 공공연히 드러내는 일은 그와 가족의 평판에 먹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지금도 자신이 불법체류자임을 숨기고 있다.

 미국 내 한인을 포함해 아시아계 불법 이민자 수가 늘고  그 규모도 커지고 있지만 조 씨 사례처럼 자신들의 권리와 권익 찾기에 매우 소극적이고 심지어 불체자 신분을 숨기고 방관자 입장으로 살고 있다고 LA타임스(LAT)가 18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 내 아시아계 불법 이민자들의 수는 15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멕시코와 중남미계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수다. 캘리포니아주에만 아시아계 불체자가 41만6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LAT는 한인을 포함한 많은 아시아계 불법 이민자들이 권리를 찾기 위해 거리로 나서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창피해 하거나 꺼려하면서 '그늘 속'에 숨어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불법 이민자 문제가 오로지 라티노의 문제로 축소되고 아시아계 불체자들의 문제는 절저히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아시아계 불체자들의 상당수가 합법적으로 미국에 입국한 뒤 떠나지 않은 이른바 '오버스테이' 방법을 활용하고 있으며 고국에서 중산층 이상의 고학력자 출신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고급 인력들은 자신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캐시 잡(cash job)'을 선호하다 보니 열악한 노동 환경을 참고 견디어 낼 수밖에 없다.

 UC샌디에고 정치학과 톰 웡 조교수는 "아시아계 불체자들이 권익 찾기을 위해 신분이 노출되는 행동을 꺼리는 것은 당연하다"며 "적체되어 있는 노동허가 심사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8일 LA 다운타운에서 반이민법을 강력히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지만 아시아계 참가자들의 모습, 특히 한인들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LAT는 아시아계 불체자들이 자신들의 권익 찾기에 소극적인 이유는 가족을 중시하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문화와 자신의 권익을 주장하다 자칫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선례들을 고국서 보아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이유로 LAT는 언어를 들었다. 남미계의 경우 문화와 국가가 서로 다르지만 단일한 언어를 쓰고 있는 것에 비해 아시아계는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연대하는 데 한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한미연합회 방준영 사무국장은 "한인들의 경우 함께 문제를 풀어 간다는 의식보다는 개인이 해결하려는 의식 더 강하다"며 한인들의 권익 찾기 활동에 소극적인 이유를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