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반 이민'정서 확산에 한인들 美 시민권 취득 열기 재점화
 "이민정책 어디로 튈지 알수없어…영주권만으론 불안하다"
  변호사사무실과 KAC 등 단체마다 신청·취득 문의 빗발쳐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반 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함으로써 전 세계에 충격과 분노를 안겨 준 가운데 한인들 사이에 미국 시민권에 대한 문의와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 

 평소 같으면 미국 거주 영주권을 가진 한인들이 미국 입국과 관련해 별문제가 없었지만 '반 이민 행정명령'의 세부 규칙이 없어 부처간 혼선이 빚어지면서 영주권자의 앞날이 불투명해지는 이른바 '불확실성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행규칙 없고 '오락가락'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노모(남·53) 씨는 이민 6년 차로 영주권자이다. 두 딸은 지난해부터 미국 시민권 신청을 하겠다고 했지만 노씨가 반대했다. 시민권 취득은 국적과 관련된 사안이기에 신중하자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고 난 뒤 상황이 급변했다. 노씨는 "두 딸에게 시민권 신청을 하라고 했다"며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측할 수 없어 아내와 함께 서둘러 미국 시민권을 취득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노씨의 사례처럼 한인 영주권자들이 혼란과 불안을 겪게 된 것은 '반 이민 행정명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 직후 유예기간 없이 전격적으로 단행된 데다 세부 시행규칙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정확한 해석과 그에 따른 대응책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는 영주권자에 대해 '입국 금지→선별적 입국 허용→입국 허용' 등 사흘 동안 오락가락한 것도 불안감을 부채질했다.

 한인 영주권자들의 이런 불안감은 변호사 사무실이나 봉사 단체 등에 미국 시민권 신청·취득 관련 문의가 급증하고 있는데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민법 전문 변호사 사무실에 평소 10통 정도였던 시민권 관련 문의 전화가 행정명령 서명 이후 두 배 정도 늘어났다. 특히 경미한 범죄 기록이 있는 한인들의 문의가 더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참에 한인 정치력도" 

 이민법 전문인 이경희 변호사는 "시민권 문의 전화가 평소 10통 정도였는데 최근 며칠사이 20통 가까이 증가했다"며 "이중 범죄 기록이 있는 한인들의 전화가 적지않았다"고 말했다.

 시민권 신청 문의 급증 현상은 한미연합회와 민족학교 등 한인단체에서도 마찬가지다. 한미연합회 방준영 사무국장은 "평소 2~3통 정도 불과했던 시민권 신청 문의가 요즘 하루 10통이 넘을 정도여서 한인들의 불안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트럼프의 '반 이민 행정명령과 관련해 한인 이민자들의 권익 보호와 향상을 위해 한인 사회의 정치력 신장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미국 정치 시스템과 법 안에서 한인 이민자들의 요구를 전달하고 관철할 수 있도록 한인 정치인의 주류 정계 진출에 한인 사회가 적극적으로 힘을 모아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방준영 사무국장은 "트럼프 시대를 마주하며 주류 정계에 한인 정치인들의 부족을 더욱더 실감케한다"며 "한인 2세 젊은 정치인들에 대한 지지와 육성에 한인 사회가 머리를 맞댈 시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