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병헌과 고수가 같은 날 신작을 내놓으며 경쟁을 펼쳤다. 

이병헌은 ‘감성멜로’ 영화 ‘싱글라이더’를, 고수는 ‘신선한 SF스릴러’ 영화 ‘루시드 드림’으로 22일 동시에 관객들을 만났다. 두 사람은 BH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으로 선의의 경쟁자로 각자 열심히 영화 홍보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불안한 출발로 개봉 첫 주말을 맞이해야 할 것 같다. 

23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2일 ‘23 아이덴티티’가 13만7011명(누적관객 13만7285명)을 모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이어 2위는 정우-강하늘의 ‘재심’이 12만 8195명(누적관객 137만879명)을, 3위는 이병헌의 ‘싱글라이더’가 6만5587명(누적관객 7만1040명)을 각각 기록했다. 고수의 ‘루시드 드림’은 2만7012명(누적관객 3만3147명)으로 7위에 이름을 올렸다.  

무엇보다 두 영화가 주목을 받았던 큰 이유는 수 백억원 대의 블록버스터물 혹은 떼 주연 작이 많았던 영화계에 신선한 바람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먼저 ‘싱글라이더’는 30억원 대의 제작비를 들인 작품으로 배우 이병헌이 캐스팅되면서 대작으로 이미지가 넓어졌다. 무엇보다 최근 남자 주연 배우들의 화려한 액션만 봤던 관객들에게 ‘감성멜로’라는 장르는 눈길을 솔깃하게 했다. ‘루시드 드림’ 역시 자각몽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부성애 그리고 신선한 SF스릴러 의미있는 시도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던 작품. 두 배우의 연기는 훌륭했다는 후한 점수를 받았지만, 이병헌은 사생활에서 고수는 존재감에서 각각 발목을 잡혀 아쉬움을 남겼다.  

먼저 ‘싱글라이더’는 증권회사 지점장으로서 안정된 삶을 살아가던 ‘기러기 아빠’ 강재훈(이병헌)이 회사에서 부실 채권 사건이 터지며 위기에 놓이고, 이를 계기로 아내(공효진)과 아들을 찾아 호주로 떠나는 여정을 그렸다. “역시 이병헌!” “이병헌의 감성멜로는 옳다” 등 찬사가 쏟아진 반면, 다른 한켠에서는 이병헌의 깊이 각인된 사생활 논란이 여전히 문제가 됐다. 앞서 이병헌은 걸그룹 멤버와 한 차례 송사가 있었고, 올 초에는 한 장의 사진이 공개되면서 비난을 받았다. 물론, 이미 해결됐고 해명한 일이지만, 대중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논란 이후 ‘내부자들’, ‘밀정’, ‘마스터’ 등 신작에선 카리스마 있는 연기력으로 환영을 받았지만, 몇몇 관객들에게 이번 작품에선 ‘멜로’라는 장르와 ‘성실한 남편’이라는 이미지가 제대로 맞아 떨어지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루시드 드림’ 역시 배우 고수의 오랜만의 연기변신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영화는 3년 전 아들을 잃어버린 한 남자(고수)가 루시드 드림(자각몽)을 통해 단서를 발견하게 되면서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사투를 그린 판타지 스릴러물. 여기에 설경구, 강혜정, 박유천 등 배우진도 탄탄하지만, 90% 이상을 고수 혼자 끌어갔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또한 여러가지 사정으로 한 차례 개봉시기를 미뤘을 당시 “영화가 생각 보다 잘 나오지 못했다” 등의 말과 배우 고수에 대한 티켓파워에 대한 숙제도 있었다. 개봉 첫날 스코어가 전부는 아니지만, 7위라는 숫자가 이를 증명한 까닭에 앞으로 고수는 차기작에 많은 고심을 할 수 밖에 없다.  

한 영화관계자는 이병헌과 고수의 두 작품에 대해 “기존에 자주 볼 수 없던 작품에 두 배우의 시도는 훌륭했다. 이런 장르가 잘 되야 다른 배우들 역시 도전할 기회가 많아지고, 할 수 있지 않겠냐”면서 “분명 성적은 아쉽다. 또한 앞으로 각자 노력하고 변화해야 할 지점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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