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초강경 이민 단속 방침에 한인사회'패닉'…경범죄 전과 영주권자들도 '살얼음'

[뉴스포커스]

 총영사관·민족학교 등에 문의 쇄도, 하루 평균 20여통
"가정폭력·교통위반 등도 단속시 추방대상?"우려 증폭
 영주권·시민권 서둘러 신청…"한국 귀국" 결심도 늘어

 LA총영사관에서 출입국·이민 업무를 맡은 박상욱 법무 영사는 지난 17일 온종일 휴대전화 벨 소리에 시달려야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서류 미비자(불법체류자) 단속과 추방을 강화하는 새로운 반(反) 이민 행정 정책을 예고하면서 추방 공포감에 사로잡힌 한인 불체자들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이들 대부분은 LA 총영사관이 홈페이지에 올린 '미국 행정부 이민정책 강화 관련 유의사항'을 보고 전화를 한 것이다. 이 가운데는 동부 매사추세츠 주의 보스턴에서 걸려온 전화도 있었다는 것.

 이민자 보호 시민단체인 LA 민족학교와 시카고 하나센터, 버지니아 주 미주한인교육연합회 등에 설치된 '이민자 핫라인'도 반이민 행정각서 발효 후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LA 민족학교 정상혁 핫라인 담당 코디네이터는 "지난주 하루 평균 20여 통의 문의전화를 받았다"면서 "LA뿐만 아니라 오하이오 주와 뉴욕에서 걸려온 문의전화도 있었다"고 말했다.

 ▶공포의 2차 이민행정 명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체류자 단속과 추방을 강화하는 새로운 반이민 행정각서를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 명의로 발표<본보 2월22일자 보도>하자 한인사회가 '공포'에 휩싸였다.

 특히 이번 행정각서는 단속과 추방에 방점이 찍히면서 이전 이민 행정명령과는 다른 무자비한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소한 교통위반도 단속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2014년 기준 미국 내 불체자는 1천1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한인은 국토안보부 집계로 2011년 23만 명이었으나, 2014년 16만9천 명으로 줄었다.

 한인 불체자는 대부분 LA와 뉴욕 등에 몰려있으며, 대부분 대리운전이나 음식점 등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박상혁 법무 영사는 "남가주에 거주하는 한인 불체자 수는 5만∼6만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LA 총영사관과 LA 민족학교에 걸려온 문의전화들은 대부분 음주 운전이나 가정폭력, 경범죄 등 전과가 있는 사람들로부터 걸려온 것이다. 이중엔 영주권자도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사는 것이 지옥"

 영주권자들 가운데 "한국에 갔다가 미국 입국할 때 괜찮겠냐"는 질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LA 민족학교 정상혁 코디네이터는 전했다.

 특히 지난 9일 이민 당국의 불체자 급습에서 임 모(25) 씨가 직장에서 근무하던 중 단속 요원들에게 붙잡혀 곧바로 수감되는 등 한인 피해자가 속출하면서 이 같은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조지아 주에 사는 20대 한인은 "과거 음주 운전으로 벌금을 낸 적이 있으며 현재 비자가 만료된 상황"이라며 "단속요원들이 언제 닥칠지 너무 불안하다"고 밝혔다.
"아예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이민 1세대 불체자도 늘고 있다. 

 LA 총영사관 김보준 경찰 영사는 "최근 경미한 전과 기록이 있는 서류 미비자들로부터 '이제 미국에서 살 수 없으니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얘기를 몇 차례 들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