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케어·反이민·대법관 잇달아 '제동'
트럼프 "앞으로는 세제개혁에 집중하겠다"

 도널드 트럼프(사진) 대통령이 대선 공약이었던 미국건강보험법(AHCA·트럼프케어)이 하원 표결에 부쳐지지도 못한 채 좌초됐다. 가뜩이나 반(反)이민 행정명령이 법원에 제동에 걸려 트럼프의 국정 장악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폐기 대상 1호였던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도 공화당 내부 분열로 살아남게 되면서 앞으로 세제 개편안 등 '미국 우선주의' 정책 추진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여 트럼프 행정부는 사면초가에 몰렸다.

 공화당 우위의 상·하원에도 불구하고 24일로 예정했던 트럼프케어 입법안 하원 표결조차 포기하는 상황에 몰리고,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첫 대법관 지명 후보자 인준도 반대하기로 방침을 정해 트럼프 행정부가 취임 두달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고 워싱턴 포스트 등 매체들이 전했다. 

 이번 표결 무산은 강경 보수파 공화당 의원 30여명이 소속된 '프리덤 코커스'를 끝내 설득하지 못한 것이 주요 패인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백악관 담당 기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표결을 철회했다"고 밝힌 데 이어, 기자회견에서도 "앞으로는 내가 항상 좋아해온 세제개혁 문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히면서 트럼프케어에서 손을 떼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케어 표결이 무산되면서, 트럼프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세제개편안이나 1조달러 규모의 사회기반시설 투자계획 역시 의회의 동의를 받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세제개편안에서 법인세율을 기존 35%에서 15% 수준으로 낮추고, 개인소득세 과세율도 단순화하거나 낮춘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이 세제개편안이 시행될 경우 향후 10년간 누계 재정적자가 최대 7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는데,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케어 폐지·국경세 신설을 통해 절약한 세수로 이를 메꾼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트럼프케어가 무산되면서 계획의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또한 세제개편안의 최대 쟁점인 '국경세' 신설도 트럼프에겐 부담이다. 트럼프는 미국 수입품에는 관세를 물리고 수출품에는 면세 혜택을 주는 국경세 신설을 통해 최소 1조달러의 신규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마련했지만, 유럽연합(EU)을 비롯한 교역 상대국들은 이런 조처가 불공정 무역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뉴욕타임스의 지적대로 트럼프는 이제 '아웃사이더' 대통령으로 남을지, 안정적 정국 운영을 위해 다른 길을 찾을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