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11월부터 매달 훈련…北미사일 20분이면 하와이 타격
1400만명 하와이 주민·900만명 외국 관광객도 지하로 대피해야 
"관광산업 피해" 반대여론에도…하와이州 "최악 상황 가정해야"

 미국 하와이주(州)가 오는 11월부터 한 달에 한 번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주민 대피 훈련을 하기로 했다. 북한이 지난 4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4호'가 알래스카와 하와이까지 사정권에 둠에 따라 하와이가 미국의 50개 주(州) 중 처음으로 북한 핵공격에 대비한 '공격 경보(attack-warning)'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기적인 훈련을 실시하기로 한 것.

 하와이주 비상관리청(EMA)은 21일 "북한의 핵 공격에 대비해 주민과 방문객들의 신속한 대피를 돕고 정확한 행동 요령을 알리기 위한 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해 오는 11월부터 매달 첫 근무일에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와이뉴스나우'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비상관리청은 '15㏏(킬로톤)짜리 핵무기가 호놀룰루 약 300m 상공에서 폭발했을 경우'라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대피 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1일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이라는 가상 상황을 알리는 비상 사이렌이 울리면 주민과 방문객들은 자택이나 인근 건물 지하 등 피난처로 대피하는 훈련을 하게 된다.

 냉전 시대 이후 미국이 적국의 가상 공격에 대비해 비상 훈련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1400만명에 달하는 하와이 주민은 물론 연간 900만명에 육박하는 관광객도 훈련에 참가하게 된다. 하와이의 최대 수입원인 관광산업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오지만 하와이 보안 당국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훈련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번 미야기 비상관리청장은 성명을 통해 "북한의 핵 공격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은 편이지만 그들이 언젠가는 우리 고장에 도달할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려고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북한 공격에 대비한 주민들의 행동 요령을 숙지시키는 훈련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했다. 

 비상관리청은 '실내로 들어가고(get inside), 실내에 머물고(stay inside), 방송을 청취하라(stay tuned)'는 구체적인 행동 요령을 담은 '핵 대비 가이드(Nuclear Preparedness Guide)'를 제작해 주민들과 관광객들에게 배포할 계획이다.

 현지 언론인 '호놀룰루 스타 애드버타이저'는 "냉전시대 미국 전역에서 실시하던 정도는 아니더라도 학생들을 피난처로 대피시키고 안내방송을 하는 등 실질적인 훈련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하와이주가 이처럼 북한 미사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북한으로부터 7000㎞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미 태평양사령부를 비롯한 중요 군사 시설 등이 있어 북한 핵미사일 공격의 미국 내 첫 타깃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쏠 경우 하와이에 도착하는 시간은 채 20분도 걸리지 않는다.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 "1941년 일본군의 진주만 공습 이후 하와이는 태풍, 쓰나미(지진해일) 등에 대비하는 것에 주력해왔는데 이제 북한의 핵미사일에도 촉각을 세우고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