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한국 육군 대장 부부의 공관병에 대한 '갑질' 사건은 미주 한인들에게도 충격과 실망을 주었다. 또한 갑질은 군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재외공관도 마찬가지였다. 한국 사회의 갑질 문화의 폐해가 정부까지 나설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게 된 것이다.

 '갑질'이란 갑을관계 즉, 일반적인 계약관계나 기타의 법적·사실적 관계에서 우월한 지위에 있는 '갑'이 그 상대방인 '을'에 대하여 행하는 불합리한 요구나 지시, 하급자에 대한 일방적인 무시나 악행 등의 여러 행태들을 낮잡아 일컫는 말이다. 

 사실 갑질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동안 여러 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으며, 사회적 약자를 괴롭히는 불합리한 행위로서 많은 사회적 지탄을 받아 왔다. 최근에만 보더라도 군대와 재외공관 외에 대기업 총수의 운전사에 대한 갑질, 직장에서 상급자의 하급자에 대한 갑질, 심지어 식당이나 마켓에서 손님의 종업원에 대한 갑질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이런 '갑질 문화'는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LA 한인 사회도 청정지역이 아니다.

 갑질이 문제가 되는 것은 매일 수없이 반복적으로 일상 생활에서 알게 모르게 자행되는 일상성이다. 평범한 사람도 갑을 관계에 서게 되면 자연스럽게 가해자가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상황에 따라 누구나 갑이 될수도 또 을이 될수도 있는 먹이 사슬 형태로 갑질 문화는 우리 삶에 깊이 뿌리 박혀 있다. 

 여기서 질문이 하나 생긴다. 과연 갑질은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일까? 그렇다면 나는 갑질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어쩌면 나 역시 가정에서 갑의 위치에서 아내와 아이들을 대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라는 권위를 빌어서 말이다. 내 방식대로, 아니면 내 뜻대로 가족이 따라주지 않았을 때 '아버지 말 들어' '남편 말 들어'라고 말하면서 가장과 가족 구성원 관계를 빌어 갑의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던가. 

 결국 '갑질 문화'의 청산은 다른 '갑'들의 갑질을 지탄하기에 앞서 바로 내 자신 속의 갑질 의식을 먼저 깨닫는 것이 그 첫 걸음이 아닐까. 가정이 그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