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 탐지하는 美 첨단 이지스 구축함, 싱가포르 해상서 유조선과'꽝'10명 실종 망신살

[뉴스진단]

  日해역 충돌사고 두달만에 또…'神의 방패'명성 무색
  올해만 4번째, "F1 스포츠카가 쓰레기차와 부딪친 꼴"  


 미국 해군의 첨단 이지스 구축함인 존 S. 매케인함(만재 시 9200t)이 21일 싱가포르 인근 해상에서 유조선과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 6월 일본 해상에서 동급 구축함이 컨테이너선과 충돌 사고를 일으킨 지 두 달 만이다.

 미 해군 7함대는 성명에서 "매케인함이 이날 오전 5시 34분쯤 싱가포르 동쪽 해상에서 라이베리아 선적의 3만t급 유조선 알닉 MC와 충돌했다"며 "선체가 심각하게 손상되고 승조원 침상과 기계·통신실 등 격실 부근이 침수됐다"고 밝혔다. 이 사고로 승조원 10명이 실종되고 5명이 다쳤다.

 매케인함은 이 사고로 좌현 선미 부분이 파손되고 항해 능력을 거의 상실한 상태에서 수시간 만에 싱가포르 항구에 도착했다. 반면 충돌한 유조선에서는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선체 일부가 파손됐으나 기름 유출은 없었다고 싱가포르 당국은 밝혔다.

 말라카 해협은 일부 지역의 폭이 3.7㎞로 좁은 데다 상선과 군함이 많이 운항해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해협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매케인함 승조원들이 주의를 충분히 기울이지 않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사고는 미 해군의 훈련 방식과 안전 유지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한다"며 "(사고 당시) 야간 당직을 섰을 젊은 승조원들과 지휘본부 사이의 연락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매케인함은 450~900㎞ 떨어진 표적을 추적하는 레이더 장비를 갖춘 이지스함이다. 수백 개 목표물을 동시다발적으로 제압할 수 있어 '신의 방패'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런 첨단 시스템을 갖춘 군함이 왜 코앞 유조선을 발견하지 못하고 충돌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커크 패터슨 전 탬플대 총장은 NYT에 "F1 스포츠카와 쓰레기 트럭이 부딪친 격"이라고 했다.

 미 태평양사령부 연합정보국 작전 국장을 지낸 칼 슈스터 하와이 퍼시픽대교수도 CNN 인터뷰에서 "유조선이 어떻게 움직였든 훨씬 빠르게 기동할 수 있는 매케인함이 피했어야 했다"며 "첨단 레이더와 통신 장비로 무장한 이지스함이 어떻게 시속 10노트(약 18.5㎞/h)로 천천히 움직이는 무게 3만t 선박을 발견하지 못해 충돌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미 해군 7함대 소속 함선이 태평양에서 사고를 낸 것은 올 들어 4번째다. 

 미 해군은 지난 18일 발표된 피츠제럴드호 사고 조사 보고서에서 "조종술 부족, 부적절한 지휘, 보초 부주의 등으로 피할 수 있는 사고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보고서 발표 후 피츠제럴드함의 사령관인 브라이스 벤슨과 부사령관 션 바빗 등 3명이 보직 해임 등 중징계를 받았다. CNN 군사 분석가 릭 프란코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이 발생할 수 있는 현 시점에서 미 해군의 대비 태세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소 7함대, 나아가 해군의 고위 지휘부에 물갈이 인사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