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스피드스케이팅 유니폼 색상 교체에 해석 분분…한국 따라하기?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평창동계올림픽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스피드스케이팅 강국들이 '색깔 경쟁'을 벌여 눈길을 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노르웨이 스타방에르에서 열린 2017-201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에선 관람객들을 당황케 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 노르웨이, 독일 선수들이 일제히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빙상장에 등장해서다.

한국 대표팀은 원래 파란색 유니폼을 착용하지만 독일과 노르웨이의 유니폼은 다른 색이었다. 특히 역대 스피드스케이팅 대회에서 네덜란드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80개의 메달 획득 기록을 보유한 스피드스케이팅 강국 노르웨이는 항상 붉은색 유니폼을 고집했다.

그런 노르웨이 팀이 파란색 유니폼을 착용한 것은 마치 뉴욕 양키스 야구단이 스트라이프 대신 물방울무늬 유니폼을 입은 것과 같다고 NYT는 설명했다.

노르웨이 대표팀이 '변심'을 두고 안팎에선 파란색이 '가장 빠른 색'이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100분의 1초로 승패가 갈리는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유니폼 재질과 디자인 혁신을 시도한 끝에 이제는 색상 변화로 기록 단축 시도에 나섰다는 것이다.

지난달 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에 참가했다가 이런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는 네덜란드 출신 단거리 전문가 하인 오토스피어는 "파란색이 다른 색보다 빠르다고 하더라. 이상한 이론이지만 아마 실험해보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실제로 조금이라도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아이스링크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실험은 냉전시대 경쟁을 방불케 한다.

지난 동계올림픽 때 미국 대표팀의 유니폼 개발에는 록히드마틴사의 항공학까지 동원됐다.

그렇다면 과연 파란색 유니폼에 기록 단축 효과가 있을까.

일부 선수들은 말도 안된다는 입장이지만 일부는 그럴 수도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달 파란색 유니폼을 처음 착용해봤다는 노르웨이 선수는 "빨간색 유니폼보다 조금 빠르다고 하니 그렇게 믿고 싶다"며 "한국과 독일 선수들이 파란색을 입을 때는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과학적으로는 근거가 없지만, 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의 렌조 셰이미 색 과학 기술 교수는 "염색에 관해 내가 아는 지식으로는 똑같은 천을 똑같은 성분으로 이뤄진 다른 염료로 염색했다고 공기역학에 다른 영향을 미친다는 논리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국가대표팀 출신 장비 전문가인 크리스 니드햄은 수년 전 스키 점프 선수에게 왜 스키 점프 선수들은 주황색 유니폼을 많이 입느냐고 질문했더니 "더 잘 나니까"라는 답을 들은 일화를 언급했다.

물리학적으로는 설명이 불가할지 몰라도 그 뒤에 있는 심리에는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영국 리드대학의 색 과학 교수인 스티븐 웨스트랜드는 방대한 조사 결과 색이 심리에 작용, 선수의 퍼포먼스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정한 색을 입으면 더 자신감을 느낄 수 있다"며 "반대로 무슨 색을 입었는지가 이를 보는 상대팀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작 노르웨이 대표팀은 이런 논란을 즐기는 모습이다.

노르웨이 대표팀의 유니폼 개발을 담당하는 스포츠 과학 전문가 하바드 뮈클레부스트는 노르웨이 언론의 열망이 소문 확산에 일조한 것 같다며 최근 몇주동안 유니폼에 쏟아진 관심이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색상이 공기역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파란색 새 유니폼이 빨간색 이전 유니폼보다 빠르다는 사실만 말할 수 있다"는 감질나는 답변만 내놨다.

노르웨이 대표팀의 단거리 코치를 맡은 제러미 워더스푼은 유니폼 색상 교체에 관한 질문에 자신이 착용한 모자에 찍힌 후원업체의 로고를 가리키며 "이것 때문일 수도 있다"며 웃었다.

후원사인 노르웨이 수산업체의 로고는 파란색이다.

luc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