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개국 1천594개 동호회서 7천312만명 활동…1년만에 또 25%↑
"북미·중남미 ·중화권 부상…中의존 벗어나 다각도 활로모색"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중국 당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과 일본 사회의 반(反)한류 기류에도 지난해 전 세계 한류 팬은 전년도보다 1천400만명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이시형)이 펴낸 '2017 지구촌 한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12개국의 한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92개국의 1천594개 동호회에서 7천312만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전년도 88개국 1천635개 동회회의 5천939명과 비교하면 동호회는 41개가 줄었지만 국가는 4개국, 회원은 1천373만 명(25%)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한류 팬은 세계인구 순위 20위인 태국(6천841만 명)의 인구보다 많은 수치로, 한류가 전 지구인이 공유하는 주류문화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륙별로 보면 아시아·대양주가 4천423만 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은 미주 1천881만 명, 유럽 994만 명, 아프리카·중동 12만 명 순이다.

중국에서는 전년도의 2천750만 명에서 2천657만명으로 93만명 줄었다. 특히 사드 문제에 따른 한중 관계 악화로 '한한령'이 발동되면서 한류 관련 판매와 소비가 전면 금지됐다. K팝 공연이나 콘서트는 취소 또는 무기한 연기됐고 드라마 상영도 금지됐다. 지난해 대중국 한류 콘텐츠 수출은 7억 달러 감소했다.

그러나 이는 새로운 시장의 개척으로 이어져 러시아(320만 명), 아르헨티나(140만 명), 칠레(130만 명), 스페인(390만 명) 등의 한류팬층이 더욱 두터워졌다.

다른 중화권 국가인 대만(250만 명)과 홍콩(160만 명)에서도 한류 팬이 증가했다. 홍콩 인구의 10%가 한국을 다녀갔고, 한한령 기간 많은 중국인들은 한국 상품을 구매하려고 홍콩을 방문했다. K드라마 열기가 거센 대만의 경우 대만경제를 리드하는 IT기업 광고에 처음으로 한국 배우가 등장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반한류 분위기로 한류동호회 회원이 전년도 18만 명에서 13만 명으로 2년째 감소했다. 하지만 한류 콘텐츠 소비는 전 세계 1위를 지켰으며 K팝과 한식·화장품 등의 수출도 오히려 증가했다. 지난해 일본에 수출된 한국 화장품은 174억 엔(1천712억 원)으로 2015년 대비 30% 증가했다.

도쿄 코리아타운인 신오쿠보에서는 치즈 닭갈비를 먹기 위해 식당 앞에 90분씩 줄을 서는 진풍경도 등장했다. 보고서는 한류가 죽었다기보다는 반한류가 식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류 장르별로는 K팝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음식과 여행·전통문화 콘텐츠 등으로 확산하면서 단순 마니아층을 넘어서 친한·지한파도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의 경우 온라인 앱이나 플랫폼을 통해 K팝·K드라마 이외의 한국 문화 동호회 활동이 대폭 늘어났다.

국제교류재단은 이처럼 세계적으로 한류 팬이 계속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 ▲한류동호회가 초창기 소그룹 중심에서 관심분야별 통폐합이 진행되면서 다양한 팬클럽 활동이 가능해지고 ▲SNS 인구가 늘어나고 있으며 ▲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발전하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이시형 이사장은 "이번 조사결과는 중국과 일본에서의 한류가 주춤하고 있지만 북미·중남미·중화권 등 새롭게 부상하는 곳이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며 "한류 산업 관계자들이 과도한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 다각도로 활로를 모색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wakar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