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오픈테니스 16강전 승리후 인터뷰
유창한 영어-재치있는 답변에 팬 환호
"아직 끝나지 않았다… 더 응원해주세요"
현지 관중 앞 한국어로 감사 인사도

 정현(58위)의 스타성은 테니스 라켓을 잡고 있을 때만 나온 게 아니다. 경기 후 코트에서 마이크 앞에 섰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유창한 영어 실력과 유머 섞인 답변으로 멜버른의 로드레이버 아레나를 가득메운 관중들 기립박수를 받았다.
 정현은 호주오픈 남자단식 16강전에서 세르비아의 노박 조코비치(14위)를 3-0으로 꺾은 뒤 장내 인터뷰에서 2년 전 이 대회 1회전에서 조코비치에게 0-3으로 패한 것에 대한 설욕한 소감을 묻자 "잘 모르겠다. 그저 기쁘다"며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어 웃음을 줬다.
 장내 아나운서가 3세트 타이브레이크 4-3 리드 상황에서 절묘한 손목 스냅으로 상대 코트 구석을 노리는 스트로크를 뽐낸 것을 언급할 땐 "조코비치는 어릴 때 내 우상이었다. 그를 따라 했기에 (예리한 샷을) 구사할 수 있었다"고 말해 1만여 관중의 웃음을 또 한 번 이끌어냈다. 이어 "조코비치보다 젊기 때문에 체력에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상대를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장점을 강조하는 재치있는 답변에 관중석에서는 뜨거운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는 "(8강에서도) 그랜드슬램 경기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면서 승리 의욕을 품더니 "잠을 많이 자고 최대한 잘 쉬면서 수요일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장내 아나운서는 한국에 있는 팬을 위해 한국어로 소감을 말할 기회를 주겠다며 마이크를 넘겼다. 정현은 망설이지 않고 "한국에서 늦은 시간까지 응원해준 팬에게 감사하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8강이 열리는)수요일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테니 성원해달라"고 말했다.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현지 관중도 정현의 당찬 메시지에 환호했다. 김용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