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 시대 영어교육 화제…美 파견 원어민 교사 처음 고용

[생생토픽]

'F'는 '에ㅍ후', 'V'는'ㅇ뷔'로 발음 표기
'rice'는 '으라이쓰', 'love'는 '을너ㅇ브'
'귤'은'오란쥐'…지금보다 훨씬 발음 정확

미국 생활에서 이민자들이 가장 짜증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영어다. 아무리 배우고, 배워도 좀처럼 늘지 않는다. 주눅이 들어 안쓰다보니 미국서 살면 살수록 영어 실력은 되레 퇴보하기 일쑤다. 그렇다면 조선시대 한국인들은 영어 발음을 어떻게 냈을까. 최근 한국서 조선시대 영어 교육에 대한 책이 출간돼 화제다.

화제의 책은 출판사 베리북이 펴낸 '조선시대 영어교재 아학편'. 지석영과 전용규가 편찬한 아학편을 영어교재의 측면에서 바라본 책이다.

책에 따르면 조선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영어교육을 시작한 것은 고종 때였다. 국립교육기관인 육영공원을 설립해 관리들이나 양반자제들을 선발해 영어교육을 한 것. 미국에서 파견된 원어민 교사도 이때 처음 고용됐다. 이후 일반 백성들에게까지 영어교육이 확대되면서 조선에는 영어공부 열풍이 불게 된다.

1908년 나온 '아학편'(兒學編) 역시 이 시기 영어교육 열풍을 타고 나온 영어교재 중 하나다.

한자 하나하나에 그에 상응하는 영어 단어와 한국말 발음을 붙인 책은 특히 영어를 될 수 있는 한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하려 애쓴 점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F'는 '에프'가 아닌 '에ㅍ후'로, 'V'는 '브이' 대신 'ㅇ뷔'로 표기된다.

임금 군(君)에 대응하는 영단어 'ruler'는 '으룰러', 'rice'는 '으라이쓰'로 표기된다.

혀를 말아야 하는 영어의 '아르'(R) 발음을 '으ㄹ'로 표기한 것이다. 'love'는 '을너ㅇ브'로, 'learn'은 '을러언'이다.

한 때 한국에서 화제가 됐던 '귤'(橘)의 발음은 '오란쥐'로 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