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팔꿈치 염증' 문제삼아 보장액 낮추려 계약 조건 수정 요구
메디컬체크 정보 흘리기까지...'빅리그 답지 않은 처사'에 제안 거절

ML 몇구단 관심 여전 몸상태 확인

 "메이저리그 구단 답지 않은 처사에 매우 실망했다."
 '끝판왕' 오승환(36)이 미국 메이저리그 텍사스의 수정 제안을 거절하고 새 팀을 찾기로 했다. 팔꿈치 염증을 문제삼아 계약 조건을 바꾸려던 구단의 행태에 "추가 협상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개인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오승환은 현 상황에 매우 지쳐있는 상태다. 삼성에 있을 때부터 투수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일상적인 염증'을 트집잡아 보장액을 대폭 낮추려는 텍사스 측의 처사에 자존심이 상할대로 상했다.
 오승환측은 19일(한국시간) "팔꿈치 인대 내측에 염증이 있는건 사실이다. 일본프로야구 한신에 입단할 때에도,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에 들어갈 때도 같은 증세를 안고 있었다. 메디컬체크를 하러 갔던 지난 8일에도 구단 고위 관계자들이 환대를 하더니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몸상태에 문제가 있어서 계약을 철회하겠다고 말하면 서로 편하다. 몸상태를 언론에 흘린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다른 구단과 계약에도 지장이 생겼다. 빅리그 클럽 답지 않은 처사에 계약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텍사스 존 대니얼스 단장은 몸상태 이상을 확인한 이후에도 세 차례나 수정된 계약 조건을 제시했고 개인훈련장까지 찾아와 불펜 투구를 지켜봤다. 불펜이 워낙 허약한 팀이라 검증된 투수를 다른 구단에 넘겨주기도 당초 제시한 조건으로 계약하기도 아깝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몸에 문제가 있다는 정보를 흘려 다른 구단이 선뜻 영입제안을 하지 못하도록 손을 쓴 듯한 인상을 남긴 점도 마뜩찮다. 현지 언론이 "구단 메디컬체크 결과에서 '팔꿈치 이상'이 나타났다"고 콕 찝어 보도한 것은 내부에서 정보가 흘러나온 것으로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오승환 측은 "마치 구단이 우리와 계약을 철회한 것으로 비쳐졌는데 사실이 아니다. 텍사스의 제안을 우리가 거절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구인 추신수까지 동원해 영입 경쟁에서 한 발 앞선 뒤 비신사적인 행태로 향후 진로까지 막아버린 구단과는 함께 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여전이 오승환에 관심을 보이는 구단이 많다는 점이다. 그러나 '팔꿈치 이상설'이 제기된만큼 이른바 쇼케이스가 필요하다. 오승환측은 "몇몇 구단이 영입 제안을 해 온 상태다. 몸상태를 묻기에 '직접와서 보라'고 얘기해 일부 구단이 다녀갔고, 올 계획이다. 클리블랜드 불펜 포수 출신을 고용해 루틴대로 몸을 만들고 있다. 한국 복귀 가능성도 열어 두겠다는 게 오승환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메이저리그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은 없다. 한국과 일본에서 최고의 마무리투수였고 메이저리그에서도 어느정도 성과를 냈기 때문에 그에 합당한 대우만 해준다면 빅리그에 남아 도전을 이어가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많은 연봉을 받고 싶은게 아니라 존중받는 선수로 계약하는 것이 우선 순위"라고 강조했다.
 오승환이 국내 복귀 가능성을 열어둔 이날 삼성 홍준학 단장은 "텍사스가 오승환에게 큰 상처를 준 모양이다. 현 시점에서 (오)승환이의 복귀에 대해 우리가 할 말은 없는 것 같다. 큰 꿈을 품고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에 유종의 미를 거두고 금의환향하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단장은 "추후 복귀 의사를 타진해오면 그 때 절차 등을 논의하는 게 선수에 대한 예의"라며 말을 아꼈다.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