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지구를 떠나 새 행성에 삶의 터전을 마련해야 한다."

루게릭병을 극복하고 세계적 물리학자 반열에 오른 고(故) 스티븐 호킹 박사는 일반상대성이론이나 블랙홀 설명 이외에 인류의 멸종을 우려하면서 새 행성을 찾아 떠나야 한다고 생전에 자주 강조했다.

그는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 수 있으며 기후변화가 인류의 삶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외계인 지구 침공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지난 14일 타계한 이후 그가 평소 남긴 인류에 대한 우려와 예측이 새삼 관심을 받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이 15일(현지시간) 전했다.

그는 지구라는 바구니에 모든 계란을 넣어두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류는 다른 행성을 찾아 영구 정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난 수십 년 동안 수시로 강조했다.

그의 이런 주장이 나올 때마다 전 세계 미디어는 이를 주요 뉴스로 부각했다.

호킹 박사는 인류는 차라리 일찌감치 멸종 수준의 재앙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주 공간을 떠다니는 행성이 지구와 충돌해 인류가 사라지는 그런 고전적인 예측 말고 인공지능(AI)을 비롯해 기후변화, 핵전쟁 등이 인류를 멸종으로 몰고 가게 될 것이라는 경고였다.

이에 따라 인류는 우주로 그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향후 수백 년 동안 인류는 우주에 자립 수준의 식민지를 만들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에 따라 이 시기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계의 반란도 우려했다.

AI는 인류에 커다란 진보의 기회를 가져다주겠지만 위험도 크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그는 2014년 "완전한 AI 개발이 인류의 종말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까지 나온 AI는 인류에 매우 유용한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그는 판단했다.

하지만 인류와 수준이 엇비슷하거나 뛰어넘는 AI가 나올 경우가 문제라고 했다.

기후변화 문제도 인류 멸종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게 그의 우려였다.

호킹 박사는 생전에 지구온난화가 지구에 가장 큰 위협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시했다.

지구온난화 수준이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도달하는 이른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더는 견딜 수 없는 한계점)를 특히 걱정했다.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한 미국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호킹 박사는 "지구온난화 수준이 돌이킬 수 없는 티핑포인트에 근접했다"며 "트럼프의 (파리기후협정 탈퇴) 결정이 지구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 결국 지구가 금성처럼 기온이 250도까지 치솟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지구에 황산 비가 내릴 것"이라고 걱정했다.

외계인 존재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호킹 박사는 2010년 외계인이 자원 확보 차원에서 손쉽게 지구에 침공한 뒤 떠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만일 외계인이 우리를 방문할 경우 그 결과는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했을 때와 같을 것"이라며 "아메리카 원주민에게 콜럼버스의 상륙은 나쁜 것으로 판명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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