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가면 "빨리 빨리", 행사·모임 갈땐 '코리안타임'

 내게 귀중한 시간만큼 다른 사람의 시간도 중요한 법

 한국 사람들은 시간을 잘 지키지 않는다는 뜻의 '코리안 타임'. 원어민들도 정식 영어 단어가 아님에도 이해할 정도이다. 우리는 인터넷과 스마트 폰의 신속성을 최대의 덕목으로 생각하면서 시간을 지키지 않는 것을 대수럽지 않게 생각한다.

 취재차 각종 행사에 나가 보면 제 시간에 시작되는 행사는 흔치 않다. 또한 결혼식, 장례식, 심지어 교회 예배 등도 마찬가지다. 정시에 가면 언제나 자리는 많이 비어 있고 10~20분이 지나야 자리가 차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어디 이뿐인가. 극장이나 연주장에 지각 입장해서 자리를 찾으려고 다른 사람들의 감상을 방해하는 것을 비롯해서 '약속 시간 정시에 나가면 없어 보인다'는 근거없는 논리에 이르기까지 시간을 지키지 않는 태도는 우리 삶에 깊숙히 박혀 있다.

 한국을 자주 오가는 박모씨는 LA로 오는 비행기에서 불쾌한 경험을 했다. 출발 시간이 지났는데도 승무원이 게이트를 닫지 않고 있었다. 뒤늦게 일가족 3명이 미안한 기색도 없이 쑥 들어오는데 손에는 면세점 쇼핑백을 주렁주렁 들고 있었다고 한다. 화장품과 술 등을 사느라 늦은 것이다.

 우리 한국 사람의 시간 개념에는 묘한 이중성이 있다. 식당에 가서 '빨리 되는 메뉴'를 시키는 사람은 우리 밖에 없고, 사업장에서 '빨리 빨리'를 강조하는 것도 우리들의 모습이다. 자신의 이익과 직결되는 경우에는 '빨리 빨리', 반대로 자신에게 별로 득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코리안타임'이 되는 이중성이 바로 그것이다.

 나에게 귀중한 시간은 다른 사람들에게 똑같이 귀중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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