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5년 만의 추위·제주 32년 만의 폭설…"이번 같은 강추위는 없을 듯"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 지난주 중반부터 한반도를 강타한 '최강한파'가 25일 오후 누그러져 26일부터는 평년 기온을 회복할 전망이다.

'북극 한기'를 머금은 이번 추위는 한파와 폭설, 강풍으로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며 전국 곳곳에 깊은 생채기를 남겼다.

이번 한파는 21일 오후 10시부터 전국 곳곳에 한파주의보가 발효돼 시작됐다. 전국의 한파특보는 25일 오후 1∼2시를 기해 대부분 해제됐다. 강원 산간과 충북 제천에만 주의보가 발효 중이다.

한파의 지속 기간은 불과 5일로 비교적 짧았지만 '역대급 기록'을 양산했다.

◇ 추위 원인은 '북극 한파'…온난화의 역설

이번 강추위는 북극 주변의 찬 공기를 가둬놓던 제트기류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약화하면서 '북극 한기'가 남쪽으로 이동한 것이 근본 원인이다.

북극 상공의 찬 기류를 '폴라 보텍스'(polar vortex)라고 부른다. 강한 바람대인 제트기류는 평소 북극 주변을 빠르게 돌면서 이 찬 기류를 막아두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최근 온난화로 인해 북극 해빙이 녹아 북극 상층의 온도가 올라가고 제트기류가 약해지자 북극 한기가 남하해 중위도 지역인 한반도까지 영향을 준 것이다.

온난화로 인해 '한파 울타리'가 느슨해져 오히려 혹독한 추위가 엄습하는 '온난화의 역설'인 셈이다.

대설의 경우 중국 북부지방에서 찬 대륙고기압이 확장하면서 상대적으로 따뜻한 서해상을 중심으로 눈구름이 만들어져 바람을 타고 육상으로 유입돼 발생했다.

◇ 서울 15년만·제주 39년 만의 최강추위…울릉도 2주 동안 폭설

서울의 겅우 24일 최저기온이 영하 18도를 기록해 2001년 1월 15일(영하 18.6도) 이후 가장 낮았다. 23일에는 2011년 1월 이후 5년 만에 한파경보도 발령됐다.

서울의 역대 최저기온은 1927년 12월 31일의 영하 23.1도이다. 체계적인 기록 관리가 이뤄진 1950년 이후로는 5위로 낮은 기록이다.

한반도에서 가장 따뜻한 제주도에선 24일 최저기온이 영하 5.8도로 나타나 1977년(영하 6도) 이후 39년 만에 가장 낮았다.

제주에선 32년 만의 기록적인 눈도 쌓였다. 23일 제주에는 12㎝의 눈이 쌓였다. 이는 1984년 1월 18일(13.9㎝) 이후 가장 많은 눈이며 관측 이래 역대 세번째다.

울릉도에선 24일 40.3㎝의 눈이 내렸고, 이전까지 쌓인 눈을 합해 총 102㎝의 눈이 쌓였다. 이는 2011년 이후 가장 많은 양이다.

울릉도는 11일 이후 25일까지 무려 2주 동안 눈이 내렸다. 18일 하루만 내리지 않았다. 또 18일부터 초속 10m 이상의 강풍이 몰아쳤다.

25일 오전 6시 기준으로 항공기 27개 노선 399편이 결항됐다. 여객선 80개 항로 108척도 운항을 중단했다.

국립공원은 대설·한파 지역 21개 공원의 탐방로 568곳이 통제됐다. 도로는 제주와 전남, 경남, 광주, 울릉도 등에서 22개 구간이 통제됐다.

◇ 강추위 더 이상 없을 듯…2월엔 1∼2회 매서운 추위

기상청은 26일 전국이 평년 기온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의 26일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4도, 낮 최고 기온은 영상 2도로 예상된다. 평년 기온은 최저 영하 6도, 최고 영상 1도 안팎이다.

기상청은 이번주 중반부터 당분간(1주일가량) 평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기온 분포를 보이겠다고 내다봤다.

2월에는 대륙고기압과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주기적으로 받겠으며 일시적인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질 때가 있겠다고 전망했다.

기온은 평년(1.1도)과 비슷하거나 높겠고, 강수량(35.5㎜)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겠다.

김용진 기상청 통보관은 "다음달 말까지 이번과 같은 강추위는 더 이상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내달 중순께 1∼2회가량 매서운 추위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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