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햄프셔주 민주·공화 경선 나란히 1위…'사회주의자'vs'터프 보수'불구 공통점 많아 눈길

[뉴·스·진·단]

정치·사회적 배경 정반대, 직설적인 선동적 연설기법 비슷
둘다 70대 고령'파격적 아젠다' 제시…젊은층 공감 끌어내

 

 지난 9일 뉴햄프셔 주 프라이머리 승리의 주역인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는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는 '극과 극'의 인간형이다.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샌더스는 가난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하면서 반(反) 자본주의 정서를 키워왔고 월가와 거대자본을 개혁하고 소득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을 소명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으로 어마어마한 부(富)를 축적한 트럼프는 기업의 경쟁력과 자본의 이익을 강조하며 '터프한 보수'를 주창하고 있다. 
이처럼 양 극단으로 갈라진 두 사람이지만, 뜻밖에 공통점이 적지 않다는 게 선거전문가들의 평가다. 

▶'고령 돌풍'정치학적 연구대상
 우선 두 사람은 신체적 연령이 70대다. 샌더스는 41년생으로 만 75세, 트럼프는 46년생으로 만 70세다. 선거공학적으로 보면 젊은 후보가 개혁을 주창하며 돌풍을 일으키는 게 통상적이다. 70대에 접어든 대선 후보가 예상치 못한 정치적 돌풍을 일으키는 것은 정치학적으로 연구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두 사람 모두 수사(修辭)와 어법 등 연설 스타일이 유사하다는 평가도 있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두 사람을 "목소리 큰 포퓰리스트"(shouty populist)라고 규정했다. 일단 연설단상에 올라서면 거침없는 직설화법으로 청중들의 마음을 확실히 사로잡는 선동가적 기질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공격 대상을 명확히 하고 해법도 단순명쾌하게 제시함으로써 유권자들로 하여금 쉽게 이해하고 공감하게 하는 능력이 있다는 평가다. 

 정책적으로도 '교집합'이 있다. 예를 들어 다자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놓고는 두 사람 모두 반대한다. 두 사람 모두 일련의 무역협정으로 중국과 멕시코 등지로 미국의 일자리와 제조업 공장이 이전되고 미국의 경제는 망가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둘다 주류 저항'아웃사이더'
 트럼프는 뉴햄프셔 경선서 승리한 이날도 연설을 통해 "중국과 일본, 멕시코가 미국 경제를 갉아먹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물론 각론으로 들어가면, 두 사람의 접근은 사뭇 다르다. 샌더스는 이 같은 협정이 다국적 기업의 배만 불리고 근로자들에게는 고통을 가한다는 입장이지만, 트럼프는 이번 협정으로 미국 기업의 경쟁력이 저하되는 것을 가장 우려한다.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 격퇴를 비롯한 중동문제를 놓고도 두 사람은 비슷하게 고립주의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직접 발을 담그지 말고 중동국가들이 스스로 처리하게 하거나 아니면 러시아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역시 주류에 저항하는 '아웃사이더'라는 점이다. 기득권에 얽매인 워싱턴 정치에 실망하고 '그들만의 리그'에 식상한 유권자들로서는 두 사람의 정책이나 공약보다는 주류를 공격하는 발언에 더욱 공감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혁 성향이 강한 미국의 20∼30대 젊은이들이 70대의 '사회주의자'와 '부동산 재벌'에 열광하는 까닭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