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 먼저 전력 외 판단, 김현수 마이너행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볼티모어 오리올스 벅 쇼월터(60) 감독이 외야수 김현수(28)를 전력 구상에서 제외했다.

댄 듀켓 단장에 이어 감독까지 이런 판정을 내리면서 김현수는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쇼월터 감독은 30일(이하 한국시간) 볼티모어 지역 매체 미드 애틀랜틱 스포츠 네트워크(MASN)와 가진 인터뷰에서 "내가 먼저 김현수에게 그것(마이너리그행)을 제의했고, 오늘 댄(듀켓 단장)이 대화를 나눴다. 김현수는 자신의 선수 경력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범경기 타율 0.182로 부진한 김현수는 최근 미국 현지 언론을 통해 '한국 유턴' 설이 나오며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28일 폭스스포츠가 "2년 전 윤석민처럼 김현수도 한국으로 돌려보내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보도했고, 듀켓 단장은 "선수 본인이 동의해야 한다"며 부인하지 않았다.

2년 700만 달러(약 81억 원) 조건으로 볼티모어 유니폼을 입은 김현수는 계약서에 '마이너리그 거부' 조항을 넣었다.

김현수 동의 없이 구단은 그를 마이너리그로 내릴 수 없고, 그래서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은 '한국 유턴' 설이 압박 카드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번에 쇼월터 감독의 의중이 드러나면서 김현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쇼월터 감독은 "김현수는 노폭(볼티모어 산하 트리플A 구단)으로 가서 구단에 도움이 될 때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며 "여기(메이저리그)에는 김현수보다 뛰어난 모습을 보여준 선수가 있고, 우리는 최고의 선수들로 25인 로스터를 짜야 한다"고 말했다.

MASN도 "미국에 남아 메이저리그에서 뛸 꿈을 포기하지 않은 김현수가 구단의 마이너리그행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이어 쇼월터 감독은 "모든 건 김현수 손에 달렸다. 그가 (마이너리그행을) 받아들일지 거부할지 난 모르겠다. 당신들이 더 잘 알 것 아닌가. 어쨌든 김현수에게 적응할 기회가 될 것이다. 아직 그가 마이너리그로 내려가는 걸 동의했는지는 모르겠다"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쇼월터 감독의 발언은 빅리그에서 개막을 맞이하길 원했던 김현수에게 치명타다.

감독은 이미 그를 전력 구상에서 제외했고, 마이너리그에서 기량을 쌓은 뒤 올라와야 쓸 수 있다고 선언했다.

만약 김현수가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내세워 구단 제의를 거절한다고 해도, 고집이 센 쇼월터 감독이 그를 메이저리그 경기에 기용할지는 미지수다.

이제 김현수에게 결정의 시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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