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단장은 김현수에 '마이너행' 압박
한국시간으로 4월 4일, 25인 로스터 최종 마감

(로스앤젤레스·서울=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하남직 신창용 기자 =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가 구단의 압박에도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행사했다.

김현수 국내 에이전시 리코스포츠 에이전시는 1일(이하 한국시간) 김현수가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과 세번째 면담을 마친 직후 "볼티모어 구단의 마이너리그행 요청을 공식적으로 거부하고 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메이저리그에서 도전을 계속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리코스포츠는 "김현수는 기존 계약이 성실하게 이행되고 공정하게 출전 기회를 보장받아 볼티모어 구단에서 메이저리거로서 선수 생활을 원만하게 이어갈 수 있길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쇼월터 감독과 댄 듀켓 단장은 이날도 김현수에게 "마이너리그 트리플A로 내려가 경험을 더 쌓은 뒤 메이저리그로 올라오라"고 요구했다.

최근 볼티모어는 룰 5 드래프트로 영입한 조이 리카드(25)를 개막전 로스터(25명)에 포함하기로 했다.

애초 김현수를 주전 좌익수로 꼽았던 볼티모어가 리카드에게 그 자리를 내주면서, 김현수를 더 벼랑으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김현수는 볼티모어와 2년 700만 달러에 계약하며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도 쥐었다.

볼티모어는 김현수가 마이너리그 강등을 거부하면, 그에게 700만 달러를 보전하고 방출하거나 개막 로스터에 넣어야 한다.

그러나 볼티모어는 김현수가 시범경기에서 부진하자 현역 로스터에 넣지 않으면 다른 구단에 빼앗길 수 있는 리카드를 지키기로 했다.

리카드의 25인 로스터 진입이 확정된 상황에서 김현수가 마이너리그 강등을 거부해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현지 언론도 김현수 마이너리그행을 두고 깊어지는 구단과 선수의 갈등에 주목하고 있다.

컴캐스트 스포츠 넷에서 볼티모어 구단을 전담 취재하는 리치 더브러프 기자는 "쇼월터 감독이 오늘 김현수를 세 번째로 면담했다"면서 "그러나 사태 해결에 이르렀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트위터에서 전했다.

마이너리그행을 사실상 '지시'한 쇼월터 감독에 맞서 김현수 측이 메이저리그 잔류 의사를 강하게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폭스스포츠의 켄 로즌솔 기자도 트위터를 통해 "김현수가 마이너리그행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오는 5일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정규리그 개막전을 불과 나흘 앞둔 상황에서 개막전에 출전할 25인 로스터를 확정하지 못한 볼티모어는 난처한 처지다.

김현수도 볼티모어 구단이 기회를 제대로 보장하지 않고 언론플레이를 통해 마이너리그행을 강요하는 상황이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볼티모어 구단이 강제로 김현수를 마이너리그로 내리면 계약은 즉각 파기되고, 700만 달러도 구단이 전액 물어내야 하기에 볼티모어 구단은 김현수를 더욱 벼랑에 내몰고 있다.

이날도 듀켓 단장은 "아마도 김현수에게는 볼티모어에서의 적응기가 짧았을 것이다"라며 "한국에서는 프로팀이 시즌을 대비하기 위해 10주가량 훈련한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훈련 기간이 절반 정도"라며 말했다.

스프링캠프의 연장 선상에서 김현수가 마이너리그인 트리플 A로 내려가 좀 더 많은 타석을 소화하면서 미국 야구에 적응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김현수가 마이너리그에서 시간을 보낸 뒤 메이저리그로 복귀한다'는 보장은 하지 않았다.

볼티모어가 "김현수에게 더 많은 타석 기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정작 시범경기에는 내보내지 않는 장면을 보면 신뢰가 더 떨어진다.

듀켓 단장은 "우리는 김현수가 시즌을 대비하려면 더 많은 타석 기회가 필요하다고 느끼지만, 불행하게도 현재 볼티모어에서는 그럴 만한 자리가 없다"라며 "우리가 김현수에게 마이너리그행을 요청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는 선수의 권리를 인지하고 있다"며 "그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시간을 좀 더 가진 뒤에 우리 구단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쇼월터 감독은 김현수와의 면담 후 "대화 이후에는 항상 새로운 것이 있지만, 오늘은 새로운 것이 없다"며 "하지만 우리는 모두 일요일 정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시간으로 일요일(3일) 정오는 개막전 25인 로스터 마감시한이다.

개막 하루 전까지 김현수의 결단을 기다리겠다는 의미다.

구단과 선수 사이에 갈등이 깊어질 수 있는 분위기다.

jiks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