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3의 123야드. 아마추어 골퍼들도 이 정도 홀이며 '버디 홀'이라며 좋아할 만하다. 피칭 또는 9번 아이언 정도면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거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이저 대회가 열리는 코스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14일 개막하는 제145회 디 오픈 챔피언십의 개최지인 스코틀랜드 서부 해안 에이셔의 로열 트룬 골프클럽 올드코스(파71·7064)의 8번 홀.
이 홀은 디 오픈 사상 가장 짧은 홀이다. 하지만 선수들에게 악명은 가장 높은 홀이다.
바람이 평온하다면 선수들에게도 크게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 홀에서는 바닷바람에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선수들이 애를 먹는다. 뒷바람이 불면 웨지를 잡고도 정교한 컨트롤 샷이 필요하고 맞바람이 불때면 5번 아이언을 잡아야 할 정도다.
실제로 1962년 이곳에서 열린 디 오픈에서 우승했던 아놀드 파머는 이 홀에서 5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했었다.
게다가 이 홀의 그린은 '우표'로 불리는데 가로로 길고 폭이 좁은 작은 직사각형 모양이다. 게다가 솥뚜껑처럼 생긴 포대그린이다.
공이 그린 위에 떨어져도 바람을 타고 흘러 내려 주변을 쌓고 있는 5개의 수직 벙커로 빨려 들어간다.
그린 왼쪽으로 러프고 오른쪽은 절벽이다.
공포의 파3홀 답게 이곳의 악몽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도 많다.
1950년 브리티시 오픈 당시 독일에서 출전한 아마추어는 티샷이 벙커에 빠져 5차례 만에 탈출하는 등 온그린에 무려 12타를 기록했다. 그리고 3퍼트로 무려 15타를 적어낸 적도 있다.
타이거 우즈도 1997년 4라운드 이 홀에서 3온 3퍼트로 일명 '양파'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 영국의 스티븐 보톰리는 벙커를 오간 끝에 10타를 기록하기도 했다.
로열 트룬에는 디 오픈 사상 가장 짧은 홀과 가장 긴 홀이 있다.
파5의 6번 홀로 601야드나 된다. 장타자에게 유리하긴 하겠지만 페어에이가 좁고 왼쪽에 위치한 벙커는 매우 위협적이다.
1982년 보비 클렘펫은 3라운드에서 7타 차 선두를 달리다 이 홀에서 8타를 치며 무너졌었다.
과연 로열 트룬의 악명을 뚫고 누가 클라렛 저그를 들어올릴 지 오는 17일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