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수석비서관 회의서 野의원 방중 문제 직접 대응
"국가안보에 내부분열 가중 말고 초당적 협력해야"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한반도 배치를 놓고 중국과 야당의 반발이라는 이중고에 맞닥뜨린 박근혜 대통령이 정면돌파에 나섰다.

관영매체를 동원한 중국의 '사드 때리기'가 가열되는 가운데 일부 야권 인사들이 여기에 동조하는 모양새의 행보에 나선 것이 남남갈등을 부추긴다고 보고 직접 대응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박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최근 정치권 일부에서 사드 배치로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는 이런 북한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하는 황당한 주장을 공개적으로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일부 의원들이 중국의 입장에 동조하면서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의견 교환을 한다면서 중국을 방문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6명이 '중국 측에 이용당할 것'이라는 우려를 뒤로 하고 사드 문제 논의를 위해 중국을 방문하는 등 야권 일각에서 끊임없이 사드 반대론이 나오는 상황에 직접 경고를 날린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아무리 국내 정치적으로 정부에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국가 안보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내부 분열을 가중시키지 않고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국민을 대신해서 권한을 위임받은 정치의 기본적인 책무"라며 직접적으로 야당을 겨냥하기도 했다.

또한, 박 대통령이 회의에서 "최근 사드 배치로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이 국내외적으로 많이 나오고 있어서 우려스럽다"고 언급한 것도 중국 관영매체의 비판을 지적했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의 이런 직접 화법은 앞으로의 한중 외교와 야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공개석상에서 노골적으로 비판을 가하진 않을 것이라는 정치권 안팎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전날 김성우 홍보수석이 발표한 청와대 입장문을 통해 중국 관영매체와 더민주 의원들의 방중에 대해 비판과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한 만큼 박 대통령이 직접 육성으로 이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는 게 당초 청와대 내부의 관측이었다.

그러나 청와대의 방중 재검토 촉구에도 불구하고 더민주 의원들이 이날 중국 방문을 강행함으로써 이들의 방중을 이용한 중국의 '사드 때리기'가 거세지고 국내 여론분열도 심각해질 수 있다는 염려가 커지면서 직접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비난도 달게 받을 각오가 돼 있다"고 비장한 태도를 보인 것도 사드 문제와 관련해선 국익과 안보 관점에서 단호하게 대처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사드를 둘러싼 여론분열에 대해 "속이 타들어가는 심정",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밤잠을 못 이룬다"고 할 정도로 괴로움을 나타냈던 박 대통령으로서는 중국 측 공세가 남남갈등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박 대통령의 언급으로 사드를 둘러싼 중국 측 공세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수위도 단계적으로 올라가는 양상을 보이게 됐다.

그동안 주무부처 차원 또는 익명의 '정부 당국자' 발언 정도로 소극 대처했던 것에서 청와대 공식 입장, 대통령 공개 발언 등으로 한층 엄중해졌다는 것이다.

다만 경제적으로나 대북 공조 차원으로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할 중국과의 외교에서 심각한 균열까지는 발생하지 않도록 수위 조절을 잘해야 한다는 과제도 함께 안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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