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빼간 뒤 "지인에게 보낸다" 협박…수치심에 신고 꺼려

(전국종합=연합뉴스) 스마트폰 영상통화로 음란 행위를 유도한 뒤 이를 퍼뜨리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는 일명 '몸캠 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피싱조직은 교묘하게 접근해 개인 정보까지 수집한 뒤 자위행위나 알몸채팅 장면 등 민망한 영상을 지인들에게 퍼뜨리겠다고 협박, 성적인 호기심에서 시작한 사람들이 꼼짝없이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전 피해를 본 남성들은 수치심 때문에 경찰에 신고를 거의 하지 않고 경찰이 먼저 연락을 해도 수사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비슷한 범죄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고 정확한 피해 규모 파악도 힘든 실정이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1월 스마트폰 메신저나 채팅 앱을 통한 '몸캠피싱'이 확산된다며 주의를 촉구할 정도다.

창원지법에서 지난 18일 징역형을 선고한 몸캠 피싱 일당의 수법은 피해자들이 왜 돈을 보낼 수 밖에 없는지 보여준다.

김모(25)씨는 올해 1월 스마트폰 화상채탱 앱에서 자신이 여성이라는 상대방으로부터 파일 하나를 받았다.

'그녀'는 파일에 자기를 소개하는 사진과 영상이 들어있다고 했다.

이 파일에는 상대방 스마트폰에 저장된 연락처, 문자메시지, GPS위치정보 등을 몰래 빼내 전송하는 악성 코드가 심어져 있었다.

김 씨가 화상채팅에 열중하는 사이 김 씨 스마트폰 정보는 고스란히 빠져 나갔다.

이어 상대방은 여성이 등장하는 음란영상을 보여주며 김 씨에게 자위행위를 요구했다.

알고보니 김 씨가 화상채팅한 상대방은 '그녀'가 아니라 정모(33)씨 등 '그놈'들이었다.

이들은 김 씨가 자위행위를 하자 이를 그대로 녹화했다.

그런 후 메시지를 보내 "자위행위 영상을 가족이나 지인 등 아는 사람들에게 퍼트리겠다"며 협박했다.

엄포가 아니라며 자위행위 영상과 함께 해킹으로 빼낸 김 씨 지인 전화번호 몇개도 메신저로 보내줬다.

당황한 김 씨는 일당이 알려준 차명계좌로 300만원을 부랴부랴 보내야만 했다.

돈이 없다고 애걸복걸해도 소용이 없었다.

수사기관의 계좌조회 결과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 사이 김 씨 외에 247명이 똑같은 방법으로 협박을 당해 40만원에서 500만원씩 모두 5억6천700만원을 송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해운대경찰서 역시 지난 4월 영상통화를 하면서 자위행위를 하도록 유도한 뒤 300명이 넘는 피해자들로부터 5억원 가량을 뜯어낸 일당을 붙잡았다.

부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최근 붙잡힌 몸캠 피싱 일당은 150만원을 요구했는데 50만원만 보내자 피해 남성의 아내와 장모 등 가족 10명에게 피해 남성의 알몸 채팅 영상을 보내기까지 했다.

페이스북을 통한 몸캠 피싱 사례도 있었다.

이모(23)씨는 최근 모르는 여성으로부터 페이스북 친구 신청을 받았다.

새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생각에 그는 흔쾌히 친구 신청을 받아줬다.

두 사람은 빠르게 친밀한 사이가 됐다.

어느날 여성은 "얼굴이 보고 싶다"며 화상채팅을 하자고 했다.

대화가 무르익어가자 이 여성은 이 씨에게 알몸채팅을 하자고 제안했다.

분위기에 휨쓸려 그는 결국 선을 넘어 알몸 채탱을 하고 말았다.

그러나 상대 여성은 돌변했다.

돈을 주지 않으면 알몸 영상을 이 씨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것이다.

악성코드를 깔도록 유도하지 않은 점만 빼면 스마트폰 몸캠 피싱 사례와 유사하다.

경찰은 은밀히 이뤄지는 몸캠 피싱 특성상 피해 사례가 드러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보이스 피싱은 사기에 속아 돈을 뜯겼기 때문에 당했다고 알아채는 즉시 금융감독원이나 경찰에 신고해 송금액 지급정지 등을 신청할 수 있다.

몸캠 피싱은 돈을 빼앗겨도 신고를 주저하게 만들어 신속한 피해구제가 사실상 어렵다.

최근에 드러난 피해자 대부분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남성들이다.

대부분이 자위행위나 알몸으로 음란한 대화를 주고받는 행위를 했다는 사실이 가족이나 친구, 회사동료들에게 알려질까 두렵고 부끄러워 속으로 끙끙 앓을 뿐이다.

이렇다보니 경찰이 정확한 피해규모를 조사하려 해도 응하지 않는 남성들이 상당수다.

피해남성 대부분이 경찰서를 방문해 조사를 받는 것 자체를 꺼린다.

이메일 조사에도 응하지 않거나 아예 경찰 전화조차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경찰은 몸캠 피싱 피해를 막으려면 일단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오는 파일은 절대 내려받아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이현순 경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은 "몸캠 피싱은 수치심으로 상대방이 신고를 못하게 하기 때문에 보이스 피싱보다 더 악질적이다"고 말했다.

그는 "잘 모르는 상대방이 보낸 파일은 악성코드가 깔려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며 "그런 파일은 절대로 열어보거나 깔면 안된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홍영선 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테러수사팀장은 이성과의 만남이나 교제를 내세운 스마트폰 앱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홍 팀장은 "해당 앱에는 정체를 숨긴 채 상대방을 협박해 돈을 뜯으려는 일당이 누군가가 미끼를 물기만을 기다린다"며 "평소에 그런 앱을 아예 멀리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이정훈 김소영 민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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