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지애나 매복 피살 경관 아내, 남편 사망 후 임신 자각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지난 7월 흑인의 매복 저격 사건으로 숨진 미국 경찰관이 아내와 가족에게 남긴 '마지막 선물'이 놀라움과 함께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7일(현지시간) WAFB 방송을 비롯한 미국 언론에 따르면, 디치아 제럴드(38)는 7월 17일 미국 루이지애나 주 배턴 루지에서 터진 전 해병대 출신 흑인 게빈 유진 롱의 매복 총격 사건 때 남편을 먼저 하늘로 떠나보냈다.

그의 남편인 매슈 제럴드(41)는 다른 경관 2명과 함께 근무 중 롱의 총격에 목숨을 잃었다.

두 딸과 자신을 남겨두고 먼저 간 남편을 기리며 실의에 빠진 제럴드 부인에게 뜻밖의 소식이 찾아왔다.

남편 사망 2주 후 임신을 알게 된 것이다.

남편이 이승에서 남긴 마지막 혈육에 놀란 디치아 제럴드는 "울고 싶었지만, 한편으론 남편이 남긴 마지막 아이가 태어난다는 기대감도 들었다"고 말했다.

놀랍게도 도클린(9)과 핀리(3) 두 딸이 엄마의 임신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았다고 디치아는 소개했다.

도클린은 남편 장례식 때 입을 옷을 찾던 엄마에게 "엄마 왜 그렇게 불평하세요. 엄마는 임신부잖아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임신 사실을 모르던 디치아는 도클린에게 "그런 말은 하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며칠 후 엄마와 목욕하던 둘째 딸 핀리가 똑같은 얘기를 했다.

핀리는 "예수님이 엄마 뱃속에 사내 아이가 있다고 내게 알려줬어요"라고 엄마에게 전했다.

두 딸의 얘기를 듣고도 좀처럼 갈피를 못잡던 디치아는 그로부터 일주일 후 집에서 임신진단기로 시험 끝에 임신을 확인했다.

날짜를 꼽아보니 7월 12일 남편과 성관계로 잉태된 아이였다.

같은 달 7일,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역시 전직 흑인 군인 출신의 매복 조준 사격으로 경관 5명이 살해된 뒤 비상 경계에 들어간 매슈 제럴드는 사망 직전까지 쉬는 날 없이 하루 12시간 교대 근무를 하던 터였다.

인간의 능력으로는 헤아리기 어려운 일은 또 일어났다.

임신 후 처음으로 병원에서 디치아는 초음파 진단을 하다가 라디오에서 남편과 결혼식 때 부른 웨딩곡이 흘러나오는 것을 들었다.

현재 임신 10주차인 디치아는 "초음파 사진을 하늘에서 남편도 같이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신이 주신 아이만큼 그가 내게 남긴 더 좋은 선물은 없다"고 했다.

디치아는 내년 4월에 태어날 이 아이가 7년 전 재혼 당시 남편에게 반한 파란 눈을 지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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