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기지 상공 저공비행…한미 공군 전투기 8대 호위비행
전략무기 순차적으로 전개…내달 중순에는 핵항모 로널드레이건호 파견

(오산공군기지<평택>=연합뉴스) 이정진 이영재 기자 = 미국이 13일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응해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 '랜서' 2대를 한반도 상공에 전개하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B-1B 2대는 이날 오전 10시께 오산기지 상공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저공 비행했다.

B-1B 1대가 우리 공군 F-15K 전투기 4대의 호위를 받으며 오산기지 상공을 먼저 지나갔고 다른 B-1B 1대는 미 공군 F-16 전투기 4대의 호위를 받으며 뒤를 따랐다.

B-1B 2대는 서로 1.5㎞ 정도의 거리를 유지한 채 수백m 상공에서 느린 속도로 날았다.

이들 B-1B는 이날 아침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이륙해 한반도 상공에 도착했다. 괌에서 한반도에 오는 데는 약 4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초음속 폭격기인 B-1B는 최대속도(마하 1.2)를 내면 괌에서 이륙한지 2시간 만에 한반도에서 작전할 수 있다.

오산기지에서 저공 비행을 한 B-1B 2대는 착륙하지는 않고 바로 한국 영공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B-1B를 한반도에 전개한 것은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한지 나흘 만이다. 전략무기를 신속하게 한반도에 파견해 북한에 강력한 경고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B-1B는 B-52 '스트래토포트리스', B-2 '스피릿'과 함께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로, 폭탄과 미사일 탑재 능력이 뛰어나 한 번의 출격으로 대량의 폭탄을 투하할 수 있다.

이번에 한반도에 전개된 B-1B는 지난달 초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엘스워스 공군기지에서 괌 기지로 전진 배치됐다.

미국이 광범위한 파괴력을 갖춘 전략무기인 B-1B를 한반도에 전개한 것은 5차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경우 강력하게 응징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2005년 11월에도 미국이 괌에 배치된 B-1B를 한반도 상공으로 전개하자 이를 '핵선제타격 연습'으로 간주하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한국에 대해서는 B-1B의 한반도 전개는 미국이 유사시 전략무기를 동원해 한국을 보호하겠다는 방위 공약을 행동으로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초 미국은 지난 12일 B-1B 2대를 한반도에 전개할 계획이었으나 괌 기지의 강한 측풍(항공기 비행 방향과 직각으로 부는 바람)을 이유로 이를 하루 연기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5차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에 대한 한미 양국 군의 압박 조치가 첫 걸음부터 꼬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이 B-1B의 한반도 전개를 하루 미룬 데는 기상 여건뿐 아니라 대북 무력시위의 효과를 높이려는 전략적 고려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도 B-1B의 한반도 전개 연기에 대해 "가장 효율적인 전략자산 전개 시점을 고려한 것으로 본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B-1B를 시작으로 주요 전략무기를 순차적으로 한반도에 전개해 대북 압박 강도를 높일 계획이다.

다음달 중순 서해와 제주도 남쪽 해상에서 진행되는 한미 연합 항모강습단 훈련에는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CVN-76)가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