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식통 "남북 대화채널 통해 전통문 받은 기록 없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노무현 정부가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전에 북한의 의견을 물어본 뒤 기권했다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내용을 입증할 수 있는 남북대화 공식기록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관련해 남과 북이 판문점 연락사무소 등 대화채널을 통해 전통문을 주고받은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당시 공식적인 남북 대화채널은 판문점 연락사무소와 서해 및 동해 군(軍) 통신선이 있었다. 공식적인 남북 접촉은 주로 판문점 채널을 통해 이뤄졌고, 군 통신선은 군사접촉 때 활용됐다.

따라서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전에 북한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물어봤다면 판문점 연락관 채널이 활용됐을 것이지만, 현재 이와 관련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는 게 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당시 비공식 대화채널로 남북 핫라인이 있었고, 남측 핫라인은 국가정보원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을 유지하면서 북측에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관련 의견을 물어보려고 했다면 국정원에 있던 남북 핫라인을 이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송 전 장관은 최근 발간한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비핵화와 통일외교의 현장'에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2007년 10월2∼4일·노무현-김정일)이 열린 지 40여 일 후 이뤄진 인권결의안 표결 이전 노무현 정부 수뇌부의 찬반 결정 과정을 소개했다.

회고록에 따르면 2007년 11월 18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 주재하에 열린 회의에서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하자는 자신과 기권을 지지하는 다른 참석자들 사이에 논쟁이 진행되던 와중에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은 남북 채널을 통해 북한 의견을 직접 확인해보자고 제안했고,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은 김 원장의 견해를 수용, 남북 경로를 통해 북한 입장을 확인해보기로 결론을 내렸다.

송 전 장관은 이로부터 이틀 후인 11월 20일 북한의 입장을 백종천 당시 청와대 안보실장으로부터 전달받았는데, 당시 북한은 "북남관계 발전에 위태로운 사태를 초래할 테니 인권결의 표결에 책임 있는 입장을 취하기 바란다. 남측의 태도를 주시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해왔다.

이에 대해 당시 대통령 연설기획비서관을 지낸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북한의 의견을 사전에 물어본 것이 아니라 2007년 11월 16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기권 결정을 내린 뒤 북측에 사후 통보한 것이라면서 송 전 장관의 회고록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 의원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남북대화 공식기록도 없는 상태다.

김 의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2007년 11월 14~16일 서울에서 남북총리회담이 개최 중이었기 때문에 남측을 방문한 북측 인사에게 기권 결정을 통보했을 가능성도 있다. 11월 16일 이후 북측에 통보했다면 역시 국정원에 있던 남북 핫라인이 이용됐을 수도 있다.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