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발언 절반이상 할애…"마음 무겁다ㆍ사심없다" 심경토로
'최순실' 거명않고 "누구라도 처벌"…미르ㆍK스포츠엔 "두 민간재단"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20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야당이 '최순실 게이트'로 명명하고 공세를 펼치는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과 관련해 설립 경과와 취지를 비교적 상세하게 밝혔다.

지난달 22일 야당의 의혹 제기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이라고 비판했으나 의혹이 더욱 확산하자 "불필요한 논란이 중단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한 달 만에 직접 해명과 반박에 나섰다.

◇ "기업이 뜻모아 재계 주도로 설립…전경련 나서고 기업 동의" = 박 대통령은 두 재단을 "경제단체 주도로 설립된 민간재단", "재계 주도로 설립된 재단"이라며 야당이 제기한 청와대 주도의 강제모금 재단설립 의혹을 부인했다.

특히 재단설립 배경과 관련, "우리 문화를 알리며 어려운 체육 인재들을 키움으로써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수익창출을 확대하고자 기업들이 뜻을 모아 만든 것"이라며 "과거에도 많은 재단이 기업 후원으로 사회적 역할을 해 왔는데 전경련이 나서고 기업들이 동의해 준 것은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기업이 나선 배경으로 국정기조인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꼽은 뒤 "순방 경제사절단 기업과 창조경제를 함께 추진해온 기업들이 기업과 국가 경쟁력을 높여나가고자 뜻을 같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공감대를 형성하기까지 기업인들과 소통하면서 논의 과정을 거쳤다"면서 작년 2월 재계 총수 등과의 오찬, 같은 해 7월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 간담회 등을 사례로 제시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야권의 비선실세 의혹 대상인 최순실씨를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는 최근 최 씨가 K스포츠 재단 자금을 우리나라와 독일에 설립한 '더블루K'라는 회사로 넘기려 한 것 아니냐는 일부 언론의 의혹 보도에 대해 검찰 수사를 통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 "재단취지 맞게 해외순방 참여로 본격 활동…코리아 프리미엄 퍼트려" = 박 대통령은 두 재단의 활동과 관련, "당초 취지에 맞게 해외순방에 참여하면서 본격 활동을 시작했고, 코리아 프리미엄을 퍼뜨리는 성과도 거두었다"고 말했다.

미르·K스포츠 재단의 해외순방 참여 의혹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박 대통령은 K스포츠재단의 태권도 시범단과 관련, "태권도의 유네스코 무형 문화유산 등재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전통품새 태권도 공연을 통해 대한민국이 바로 태권도 본산이라는 인식을 전 세계에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도 진행했다"고 말했다.

야당은 국정감사 등에서 K스포츠재단이 섭외한 태권도팀인 'K스피릿'이 5월 박 대통령의 우간다 순방에 동행한 것은 특혜라고 주장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미르재단의 코리아에이드(Korea Aid) 사업 및 'K타워 프로젝트' 참여 의혹에 대해선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속가능한 개발협력이자 우호적 비즈니스 환경 조성", "이란 내 한류문화 확산과 기업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한 거점 공간 구축"이라고 각각 반박했다.

이어 미르재단이 에꼴 페랑디와 한식사업 공동진행 MOU를 체결한 것과 관련해서도 "에꼴 페랑디는 한식과정을 정규과정에 도입하고 한국에 에꼴 페랑디 요리학교를 설립키로 해 한식 세계화와 위상 제고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17분 모두발언 중 9분 할애 "마음 무겁다…퇴임대비 아니다" = 박 대통령은 수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의 절반 이상을 의혹에 대한 해명과 반박으로 채웠다.

17분 발언 중 9분18초 분량이었고, 전체 5천690자 중 3천100자에 해당했다.

박 대통령은 차분하고 담담한 어조로 설명하면서도 퇴임 대비용 재단설립 의혹에 대해선 "그럴 이유도 없고, 사실도 아니다"며 "제가 머물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 외에는 어떠한 사심도 없다"고 했다.

또한, "의혹이 의혹을 낳고 그 속에서 불신은 커져가는 현 상황에 제 마음은 무겁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도를 지나치게 인식공격성 논란이 이어진다면 문화융성을 위한 기업들의 순수한 참여의지에 찬물을 끼얹게 된다", "의혹확산은 위기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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