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league냐, bigly냐' 트럼프 모호한 발언도 다시 도마에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미국 대선후보 간 마지막 토론에서 후보 간 치열한 난타전에 더해 시선을 끈 것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의 발언들이었다.

트럼프가 토론에서 말한 '나쁜 남자들'(bad hombres)과 '끔찍한 여자'(nasty woman)는 단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토론 전후로 인터넷 '유행어'가 됐다.

트럼프는 19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과 벌인 3차 TV토론에서 '멕시코 장벽' 설치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마약상들을 '나쁜 남자들'에 비유하며 쫓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트럼프가 멕시코인을 겨냥하면서 남자라는 단어를 영어인 '맨'(man)이 아닌 스페인어 '옴브레'(hombre)로 사용하면서 불거졌다.

생소한 스페인어를 접한 미국인들은 바로 트위터에 '배드 옴브레'가 누군지를 묻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메리엄 웹스터' 사전 측은 트럼프의 발언 이후 '옴브레'라는 단어를 찾는 빈도가 시간당 평균 12만%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17∼18세기 유럽에서 유행한 카드 게임인 '옹브레'와 두 가지 색 이상으로 층을 지어 염색하는 '옴브레'도 덩달아 주목을 받았다.

온라인상에는 당장 트럼프의 옴브레 발언을 풍자한 글들이 넘쳐났다.

아이디 'katz'를 쓰는 네티즌은 트위터에 "앨범명 : 배드 옴브레스, 곡명 : 빅리(Bigly), 나는 푸틴을 몰라(I Don't Know Putin), 너는 꼭두각시(You're the Puppet)…"라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가 '광범위하게'(big league)라는 단어를 'bigly'로 발음하는 것과 클린턴이 이번 토론에서 "트럼프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꼭두각시"라고 말한 것을 빗댄 풍자였다.

트럼프가 클린턴을 향해 날린 '끔찍한 여자'란 발언도 온라인을 장악했다.

클린턴이 은퇴자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부자 증세를 하겠다며 트럼프가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할 것이라고 말하는 도중 트럼프는 "정말 끔찍한 여자"라고 끼어들었다.

트럼프의 막말 어록이 하나 더 추가되면서 성차별주의 논란도 벌어진 순간이었다.

트위터엔 '나쁜 남자들'과 '끔찍한 여자'를 동시에 활용한 조롱글도 많았다.

아이디 'KaynayE'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10월 31일) 핼러윈에 커플을 위한 최고의 복장 : 끔찍한 여자와 나쁜 남자"라고 말했다.

아이디 'thatfreakingcat'은 화장실 남녀 구분 문구를 '끔찍한 여자'와 '나쁜 남자'로 하자고 썼다.

지난 토론에 이어 트럼프의 모호한 발음은 또 도마 위에 올랐다.

트럼프가 '광범위하게'(big league)를 이번 토론에서도 'bigly'로 발음하면서 토론이 끝날 무렵 구글 검색에선 'bigly'가 두 번째로 검색이 많이 된 인기어에 올랐다. 'bigly가 단어냐'라는 물음은 3위를 차지했다.

'bigly'는 실제로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대대적으로'(with great force), '소리 높여'(loudly) 등의 뜻으로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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