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부터 구슬땀'1세대, '주류서 우뚝' 2세대

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 기획보도   

1 '한인 정치력' 과거: 굴곡의 도전사
 
선출 공직 전국 130명 넘어, 시의원부터 연방 의회까지 곳곳에서 맹활약
 김창준, 임용근, 신호범 '밑거름'…데이빗 류·영 김 등 '코리안 새 역사'
"한인 특유 뚝심·근성 美 정치서도 통해…전국적인 파워 조직 출범 필요"


 11월 미국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연일 주류 및 한인언론들은 미국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소식을 경쟁하듯 내보내고 있다. 미주 한인들의 표심 향방이 이번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잇따르면서 한인 정치력 위상을 새삼 실감케 한다. 과연 미국에서 '코리안 아메리칸'의 정치력은 어느 정도일까. 한인들의 미국 이민 113년 역사를 돌아보면 정치력 신장을 위해 고군분투한 한인들의 '도전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 도전의 역사에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고 있다. 척박한 이민 생활 속에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극복하고 미국 주류 정치계에 도전해 온 한인들의 활약상과 앞으로 극복해야할 과제등을 3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미주 한인 이민 역사 113년. 초기 이민 1세대는 '먹고 사는 생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투해야 했다. 그 결과 미주 한인 사회의 경제력 발전은 눈부셨다. 그에 비해 한인 정치력 발전은 매우 더뎠다. 초기 한인들의 주류 정치에 입문하기는 했지만 이민 90년이 되어서야 김창준 의원이 연방 하원에 입성했고, LA최초 시의원 데이빗 류 의원이 당선되기까지 112년이 걸렸다. 그만큼 주류 정치에 진출한다는 것과 정치력 신장은 한인들의 좌절과 실패의 시간을 요구해 왔다. 

▶112년 걸린 'LA 시의원 당선' 

 한국인 특유의 뚝심과 근성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미국 정관계 주류 사회에 진출해 활약하는 한인 수만도 이제 135명에 달한다. 한인 정치력은 분명 뿌리를 내리고 신장해 온 것은 사실이다. 이런 발전에 힘입어 11월 대선을 앞두고 주류 정치계가 한인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변방의 한 소수민족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정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바뀌어 가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이 LA 한인 커뮤니티를 방문해 선거활동을 벌이는 것이 주류 사회의 시각이 변화하고 있다는 단적인 예이다.

 이런 변화의 밑바탕에는 경제력 등 외형적 성장 뿐 아니라 한인 사회의 정치력 신장이 자리잡고 있다. 뉴욕 퀸즈칼리지 재외한인사회연구소(소장 민병갑)에 따르면 올 4월 기준으로 시의원 이상 선거직에 당선돼 의정활동을 하고 있는 한인은 모두 46명이다. 주의원 14명, 시장 2명, 시의원 5명, 카운티의원 25명이다. 국장급 이상 정부 고위직에 재직하고 있는 한인은 54명으로 이중 백악관에 7명, 연방정부에 17명이 포진되어 있다. 판사로 근무하는 한인도 35명이다. 정관계 등 주류 사회에 참여하고 있는 한인 수가 어느덧 135명에 달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한인 정치인 쾌거의 연속

 미주 한인 사회의 징치력 신장 노력과 정계 진출 과정은 시련과 도전의 연속이었다. 실패와 좌절 속에도  한인 특유의 뚝심과 근성으로 버티어 낸 역사이기도 하다. 1958년 장원배씨와 필립 민씨가 하와이 주 하원의원에 당선된 것을 필두로 캘리포니아 주  상하원에 진출한 알프레드 송 의원, 1992년 한인 최초의 연방 하원의원인 김창준 의원, 임용근 오리건 주 상원의원과 신호범 워싱턴 주 하원의원 등은 한인 정치력 신장의 선구자 역할을 함으로써 한인 정치력 발전의 밑거름이 되었다. 

 한인 정치력 신장을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데이빗 류 LA시의원이다. 해외 한인사회 중 최대 한인 밀집지역이자 미국 내 제2도시인 LA에서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시의원에 '1.5세 40대 젊은 한인'데이빗 류 시의원의 당선은 미국 내 한인 정치력 신장사의 획기적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여기에 한인 여성 첫 캘리포니아 주 하원의원인 영 김 의원의 당선도 한인 정치력 신장에 빼 놓을 수 없는 쾌거이다.

미 동부 역시 '코리안 파워'에서 제외될 수 없다. 뉴욕,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3개 주에서 시의원 이상 한인 정치인은 15명에 이른다. 뉴욕 주 2선 하원의원인 론 김의원은 내년 뉴욕시 감사원장에 도전장을 내밀 정도로 한인 사회를 넘어 주류 정치계에서 주목받는 인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한계의 벽…갈길은 멀다
 한인 정치력 성장과 함께 주류 정치의 벽이 여전히 높아 한인 정치력의 한계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실시된 예비선거에서 강석희 전 어바인 시장과 최석호 현 어바인 시장 등이 높은 지명도에도 불구하고 고배를 마셨다. 이는 미국의 사회경제적 환경 변화와 맞물려 한인 정치력에 세대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데이빗 류 LA시의원은 "각종 선출직에 도전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은 분명 한인 정치력 신장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아직 중국과 일본 등 타인종의 정치력에 비하면 아직 갈길이 멀다"고 말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한인 정치력이 한계를 극복하고 도약하기 위해 먼저 역량있는 차세대 발굴과 육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에 한인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 즉 유권자 등록과 투표 참여율 제고 등 현실적인 문제들도 풀어야 할 숙제라는 것이다.

 특히 한인 정치력을 결집할 수 있는 전국적인 파워 조직망 구축은 가장 시급한 현안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