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국무장관에 공직 경험 전혀 없는 인사 지명 파장…외교 수장 적합성 놓고 논란 예상

[이슈진단]

'41년 엑손맨'석유업계 거물 틸러슨…'비즈니스식 외치'전망
 적대국 러시아와 친밀, 공화내부서도 반발 의회 인준여부 주목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국무장관으로 지명한 렉스 틸러슨(64)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를 두고 말이 많다. 그는 엑손모빌에서 41년간 근무하며 기술직에서 시작해 CEO까지 오른 석유업계 거물. 공직 경험이 전무한 데다 미국과 적대적인 러시아와 친밀한 관계라는 점에서 외교수장으로서 적합한가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공직 경험이 없는 인사가 국무장관에 발탁된 것은 현대 미국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다.

 그동안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대사,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 공직자 출신 인사들이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됐으나 트럼프는 예상을 뒤엎고 사업가 틸러슨을 국무장관으로 지명했다. 노련한 공직자보다 큰 업적을 일군 업계 거물을 선호하는 트럼프의 성향이 드러난 인사다. 

 일각에선 국제사회에서의 무게감이 떨어지고 외교 경험이 없는 틸러슨이 트럼프의 뜻을 그대로 따르는 '얼굴마담'역할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논란의 초점은 틸러슨의 친러 성향이다. 틸러슨은 20년가량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하게 지냈다. 이 때문에 공화당의 주요 인사들이 틸러슨의 지명에 반발하고 있어 틸러슨이 상원 인준을 거쳐 국무장관으로 확정되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그러나 틸러슨 발탁이 트럼프의 친러 성향을 문제 삼는 의회에 밀리지 않겠다는 승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외교를 비즈니스맨식 협상으로 다루려는 트럼프의 계산도 반영됐을 수 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틸러슨은 오랜 기간 러시아 국영 석유업체들과 거래하며 푸틴 등 미국에 적대적인 러시아 정부 인사들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했다. 2013년엔 푸틴으로부터 러시아 정부 훈장인 우정훈장을 받았다. 그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으로 미·러 관계가 악화됐던 2014년에도 미 정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계석유회의에 참석해 푸틴의 측근들과 회동했다. 

 틸러슨의 인준 청문회를 여는 상원에선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의원들조차 반발하고 있다. 존 매케인(애리조나) 공화당 상원의원은 "틸러슨이 학살자(푸틴)로부터 우정훈장을 받았다는 것은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마코 루비오(플로리다) 공화당 상원의원도 "푸틴의 친구가 국무장관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표명했다. 틸러슨의 상원 인준을 놓고 의회와 트럼프의 힘겨루기가 예상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