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 카드로 스마트폰·노트북 사려던 말레이인들 경찰 덜미
총책 지시 따라 점조직 활동…"카드 꼼꼼히 안 보는 점 악용"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위조한 신용카드로 휴대전화·노트북 등을 사서 외국으로 가져가려던 말레이시아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한국에서 비싼 물품을 사 오면 일정한 수수료를 주는 '외국발 신종 범행'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여신금융업법 위반과 사기 혐의로 H(43·회사원)씨와 T(30·요리사)씨를 구속해 최근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T씨는 지난달 25일 송파구 잠실동의 한 마트에서 위조 신용카드로 동일 기종 스마트폰 4대를 550만원에 구매한 혐의를 받는다.

H씨도 2시간 뒤 같은 장소에서 300만원짜리 노트북을 사려 했으나 카드정보 불일치로 전산 오류가 나는 바람에 매장 직원에게 덜미를 붙잡혔다.

직원은 H씨에게 신용카드 정보가 일치하지 않는 이유 등을 꼬치꼬치 묻다가 그가 도망가려 하자 붙잡아 경찰에 신고했다.

T씨는 예정대로 지난달 27일 홀로 출국하려 했으나, H씨가 경찰에서 공범으로 지목해 출국정지가 돼 있어서 한국을 벗어나지 못하게 되자 경찰서로 찾아와 자수했다.

당국은 범죄 혐의 수사·재판 등을 위해 내국인에 대해 출국금지를, 외국인에 대해 출국정지를 각각 결정할 수 있다.

두 사람은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한국에서 비싼 물건을 사다 주면 수수료 명목으로 7∼8%를 챙겨준다는 아르바이트를 하러 함께 이달 24일 한국에 들어왔다. 이들은 출국도 함께하려 했지만 한 명이 붙잡히는 바람에 결국 모두 쇠고랑을 찼다.

위조한 신용카드는 모두 30장으로 이들은 말레이시아에 있는 총책으로부터 건네받았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대부분 한국카드였고, 일부 미국카드도 있었다.

이들은 철저하게 총책의 지시에 따라서만 '점조직'처럼 움직였다. 총책은 중국 모바일 메신저 '위챗'으로 숙소는 물론 물건을 구매할 상점, 사용해야 하는 카드를 지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한국에서 택시비를 낼 때나 물건을 살 때 카드로 결제하면 본인 카드 여부를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했다"고 말했다.

run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