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합의 치유금 배상금 아니다' 공식화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송진원 기자 = 정부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가 출연한 자금을 받은 위안부 피해자들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 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살아 있다는 유권 해석을 내린 것으로 7일 파악됐다.

법조계와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한일 위안부 합의 관련 소송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이 한일 합의에 따라 자금을 받았다 해도 개인의 청구권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서면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현재까지 정부가 공식 인정한 생존 위안부 피해자 46명 중 35명이 한일위안부 합의에 대한 수용 의사를 밝힘으로써 일본 정부가 낸 자금을 이미 받았거나 받기로 한 상태다.

위안부 합의 주무부처인 외교부 당국자는 "재판부의 요청에 따라 위안부 합의를 우리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한일 양국이 공동으로 노력해 문제를 지혜롭게 극복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는 기조하에 서면을 작성,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4월 '위안부 합의가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을 1차로 재판부에 제출한 바 있다. 이번 추가 제출 내용은 위안부 합의에 따라 돈을 받았더라도 그 돈은 배상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작년 8월 위안부 피해자 12명은 위안부 합의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정부에 요구한 2011년 헌법재판소 결정에 어긋나고, 그에 따라 피해자들에게 정신적·물질적 손해를 끼쳤다면서 생존자당 1억원의 위자료를 달라고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담당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는 작년 12월, 정부 측에 합의에 법률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정부는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일본 정부가 예산에서 거출한 10억 엔의 성격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해왔다.

'일본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하면서 정부 예산에서 돈을 낸 만큼 배상적 성격'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일본 정부가 불법 행위를 인정하고 돈을 낸 것은 아닌만큼 '배상금'으로 부르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랬던 정부가 일본 정부 예산으로 치유금을 받은 피해자들도 개인 청구권이 살아 있다고 규정한 것은 일본 정부가 낸 10억 엔이 법적 효력 있는 배상이 아니었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결국 한일 위안부 합의에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이라는 문구가 포함됐지만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할 권리는 살아 있으며, 피해자 배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 노력을 할 정부의 책임도 여전히 남아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2011년 8월 헌법재판소는 '한국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배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다하지 않은 것은 피해자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결국 정부는 재판부에 제출한 입장들을 바탕으로 향후 외교부 산하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재검토를 진행한 뒤 일본에 재협상을 요구할지 여부에 대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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