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들, 공수 지형 변했는데 아직까지 제대로 적응 못해
 집권했는데도 여당은 여전히 야당, 야당이 되레 여당인양 행세
'야성'잃은 野 정부부처 상대 의원실 자료제출 건수 크게 줄어
 민주당,여당됐지만 여전히 공격에 익숙, 정부 아픈 부분 지적↑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장미대선'을 거치면서 국회의 '여야(與野) 지형도'가 바뀌었지만 정작 의원들은 바뀐 자리에 적응을 못하는 눈치라고 국민일보가 보도했다. 여당은 여전히 '야당스럽고', 야당은 아직 여당인 양 행세한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정부부처 일선 공무원에게까지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여야의 공수교대 이후 관가에서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의원실의 자료제출 요구 행태다. 자료제출 요구는 주로 국정감사를 앞두고 의원실에서 정부부처 정책을 점검하려는 목적으로 이뤄진다.

 정부부처 공무원들은 의원실의 자료제출 요구 건수가 예년보다 많이 줄었다고 입을 모은다. 

 자료제출 요구를 많이 받기로 유명한 기획재정부의 경우 올해 초부터 28일 현재까지 모두 6327건이 접수됐다. 기재부 관계자는"아직 국정감사 기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지만 피부에 와 닿는 자료제출 요구는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관가에선 이런 흐름을 여야의 '위치 변화'와 연결해 설명한다. 기재부의 한 과장은 지금 야당이 여당이던 시절에는 여당 의원들이 따로 자료제출 요구를 하지 않아도 각 정부부처에서 알아서 자료를 만들어줬다"며 "정책이 여당의 당론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야당을 여당이 방어하는 형태로 국정감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굳이 여당 의원들이 정부부처의 민감한 자료를 요청할 필요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신문은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를 거치면서 '정부부처가 알아서 만들어주는 자료'에 익숙해진 탓에 '야성'을 잃은 것이다. 그나마 들어오는 야당 의원실의 자료제출 요구도 대부분 새롭게 국회 상임위원회에 들어온 의원실에서 보내는 것이라고 한다. 

 이와 달리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자료제출 요구는 각 정부부처의 '아픈 부분'을 지적하기 위한 게 많다. 여당이 됐지만 여전히 '공격'에 익숙한 모습이다.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여야 의원 모두 바뀐 자리나 위치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며 "추석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될 국정감사가 어떤 모습일지 감이 안 잡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