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11일 새벽부터 부산지역에 내린 많은 비로 피해가 속출하자 빗나간 날씨예보와 늑장 행정 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부터 정오까지 주택 붕괴와 도로 침수 등의 피해 신고가 197건 접수됐다.

굴다리와 노인정 등에 고립된 시민 12명이 구조되고 교통사고 등으로 4명이 다쳤지만 다행히 큰 인명 피해는 없었다.

신고접수 내용을 보면 대부분이 주요 도로 등의 침수다.

이를 두고 시민들은 "이 정도의 비에 부산시의 주요 도로가 물바다가 되고 차량 수십 대가 잠기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번 비 피해는 예상 강수량에 대한 예보가 빗나간 것에서부터 비롯됐다.

기상청은 애초 11일 부산을 포함한 남부지방에 시간당 30㎜ 이상의 강한 비가 150㎜ 이상 쏟아질 것으로 예보했다.

이에 따라 부산기상청은 오전 5시 부산에 호우주의보를 발령하고 오전 6시 50분 호우경보로 격상했다.

그러나 비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이, 더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낮 12시 30분 기준으로 보면 영도구 358.5㎜, 강서구 가덕도 283.5㎜, 남구 대연동 271㎜ 등의 장대비가 내렸다.

특히 영도구에는 오전 7시 33분께부터 1시간 동안 116㎜라는 그야말로 '물폭탄'이 쏟아졌다.

영도구를 기준으로 하면 기상청이 예보한 강수량보다 무려 200㎜나 많은 비가 왔고 중구 대청동 지점을 기준으로 해도 예보보다 최소 100㎜가량 더 많은 비가 내린 것이다.

무방비 상태로 출근길에 올랐던 차량 수십 대가 물바다로 변한 도로에서 침수됐고 차 안에 갇힌 운전자 등이 긴급 출동한 119구조대원에 의해 가까스로 구조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도로 통제가 늦어지고 배수가 제대로 안 돼 주요 도로 구간의 굴다리 등에서는 차량이 완전히 수면 아래에 잠기는 사태가 벌어졌다.

오전 7시 전에 호우주의보가 호우경보로 격상된 데 이어 비가 더 많이 내리는데도 서구와 연제구 일대의 침수 예상 도로는 오후 9시가 넘어서야 통제됐다.

출근에 걸리는 시간이 평소의 몇 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등 출근길은 '지옥길'로 변했다.

직장인 김모(48) 씨는 "차를 타고 30분이면 충분했을 출근 시간이 2시간이 걸려 지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내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임시휴업 결정이 늦게 통보돼 학부모들의 원성을 샀다.

부산시교육청은 등굣길 사고 등을 우려해 시내 모든 유치원과 초·중·고교에 학교장 재량으로 임시 휴업하도록 했다.

그러나 시 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임시휴업 통보를 늦게 하고 학교 측이 학부모에게 뒤늦게 알리는 바람에 많은 학생이 상황을 제대로 모른 채 등교했다가 귀가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특히 고등학교는 8시가 훨씬 넘어 임시휴업이 결정된 탓에 등교했던 학생들이 장대비를 맞으며 귀갓길에 올라야 했다.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오재호 교수는 "앞으로도 날씨 예보와 달리 비가 더 많이 내리는 등의 이변 현상이 계속 발생할 수 있다"며 "관할 기관에서는 보다 선제적으로 자연 재해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해다.

이날 오후 부산의 강수량은 대표 관측소인 중구 대청동(263.2㎜)을 기준으로 1904년 부산기상청이 관측을 시작한 이래 9월 하루 최다 강수량 기록을 경신했다.

그동안 1984년이 246.5㎜로 1위였고 그 다음이 1969년 234㎜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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