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장 '의총'...투표결과 31일발표 추진

安 "반대 많으면 대표직 사퇴… 찬성땐 통합 끝낸 뒤 백의종군"

"당이 콩가루" "헛소리한다" "安대표 끌고와라" "말 가려 하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0일 전(全) 당원 투표를 실시해 바른정당과의 통합 여부를 묻고, 당 대표직도 걸겠다고 했다. 결과가 찬성으로 나와도 "신속하게 통합 절차를 밟은 뒤 새로운 당의 성공과 새 인물 수혈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하지만 통합 반대파는 "독재자의 쿠데타"라며 반발했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에 대한 찬반으로 당대표에 대한 재신임을 묻겠다"며 "만일 당원 뜻이 통합 반대로 확인되면 당대표직을 사퇴함은 물론 그 어떤 것이라도 하겠다"고 했다. 안 대표는 또 "당원의 찬성이 확인되면 단호하고 신속하게 통합절차를 밟겠다"며 "저는 새로운 당의 성공과 새로운 인물 수혈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했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2선으로 물러나겠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통합을 반대해온 호남 일부 중진들을 겨냥한 작심 발언도 했다. "일부 중진 의원은 근거를 알 수 없는 호남 여론을 앞세워 통합 반대, 대표 재신임을 요구해 왔는데 이는 당원의 뜻을 왜곡하는 행위"라며 "호남의 민주주의 전통을 왜곡하고 김대중 정신을 호도하는 구태 정치, 기득권 정치를 끝내야 한다"고 했다. 이 발언은 최근 비공개로 만난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구체제와의 결별을 확실히 해달라"고 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 반대파는 즉각 반발했다. 안 대표 회견 이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중진들을 중심으로 "통합은 절대 안 된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안 대표는 의총에 참석하지 않았고, 39명 의원 중 24명(의총 도중 이석자 포함)이 참석했다. 이날 의총 참석 의원은 통합을 반대하거나 유보적인 의견을 가진 이들이 많았다.

정동영 의원은 "적폐와의 야합은 국민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천정배 의원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안 대표가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헌법 연장 재신임투표처럼 독재적 당 운영을 위해 재신임투표 카드를 들고 나왔다"고 했다. 박지원 의원은 "안 대표가 사기를 쳤다"며 "통합을 취소하고 국민의당의 길을 가야 한다"고 했다. 이 밖에 통합 반대파들은 "안 대표는 반(反)의회주의자", "당 대표가 된 뒤로 해당 행위 말고 뭘 했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내놨다.

통합 반대파는 안 대표가 당무위 의결로 전 당원 투표를 추진하면 '통합 찬성'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당무위와 당원은 안철수계가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의총 직후 일부 의원들은 '의원총회 결의'라며 "(통합 관련) 전 당원 투표를 하겠다는 안 대표 발언은 정당법과 당헌·당규 위반", "안 대표의 불통을 규탄하고, 자진 사퇴를 요구한다" 고 했다.
안 대표는 일부 중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통합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21일 오후 당헌·당규에 따라 당무위원회를 소집해 전 당원 투표 실시를 의결할 방침이다. 안 대표의 계획대로라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리하에 오는 27~28일 온라인투표, 29~30일 ARS 투표를 거쳐 최종 결과는 31일 발표된다.

통합으로 결론 나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1월 초 통합을 공식 선언하고 통합 전당대회를 열 전망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호남 일부 중진 등이 분당(分黨)을 선언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바른정당과의 합당안을 제시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안 대표 회견 뒤 열린 의원총회에서 통합 반대파인 정동영(오른쪽 사진) 의원이 "적폐와의 야합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발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