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로봇학자 50인 "KAIST, 살상용 무기 제작…AI 로봇 공동연구 않겠다" 선언

[이슈진단]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자율 무기 개발은 안돼"
KAIST 화들짝 "살상용 아냐" 서신, 오해 풀어

해외 저명 과학자들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국방 관련 인공지능(AI) 연구를 문제 삼으며 공동 연구를 전면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했다. KAIST가 AI를 이용해 살상용 무기인 '킬러 로봇(killer robot)'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KAIST는 즉각 기존 국방 시스템을 개선하는 연구가 목적이지 살상용 무기 개발은 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킬러로봇은 고도의 AI와 첨단 통신 기술로 무장해 사람의 조작이나 명령 없이도 적과 전투할 수 있는 로봇을 말한다.

토비 월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등 29개국 교수 57명은 5일 성명서를 통해 "지난 2월 20일 KAIST가 방산 업체인 한화시스템과 공동으로 설립한 국방인공지능융합연구센터가 다양한 킬러 로봇을 개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월시 교수는 이날 사이언스지 인터뷰에서 "KAIST의 연구는 무인 드론과 잠수정, 순항미사일, 자율 경계 로봇이나 전투 로봇의 개발에 적용될 수 있다"며 "서명 교수들은 KAIST 총장이 공식적으로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자율 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고 보장하지 않는 한 이 대학 구성원과의 모든 협력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명 교수에는 제프리 힌튼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와 요수아 벤지오 캐나다 몬트리올대 교수 같은 세계적인 학자가 다수 포함돼 연구 보이콧이 실제로 이뤄지면 KAIST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됐다.

이에 대해 신성철 KAIST 총장은 "성명서 발표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4일 서명 교수 전원에게 '살상용 무기나 공격용 무기 연구는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서신을 발송했다"며 "연구센터는 방위산업 관련 물류 시스템, 무인 항법, 지능형 항공 훈련 시스템 등에 대한 알고리즘 개발을 목표로 설립됐다"고 말했다. KAIST는 일부 교수로부터는 의혹이 해소됐다는 회신을 받았다.

AI와 로봇 분야 전문가들이 킬러 로봇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4일 미국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구글 직원 3100여 명이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에게 미 국방부의 군사용 AI 연구에 구글이 참여하는 것에 대해 항의하는 서한을 보냈다.

미 국방부는 AI를 통해 이미지 인식 기술을 향상시켜 무인 항공기 타격률을 높이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