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생 엄마가 갖추어야 할 조조의 리더십

4학년인데 3학년 수준이면'예습'필수

학교교육과정에 앞서서 하는 학습 잘하면 효과 만점
학원이나 강사들의 노하우와 학생들의 의지가 열쇠


한국에는 선행교육 또는 선행학습 규제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여기서 정의된 선행학습이란 학습자가 국가교육과정, 시도교육과정 및 학교교육과정에 앞서서 하는 학습을 말한다고 되어있죠. 물론, 미국에선 유아영재교육이다 뭐다 해서 선행교육을 어디까지 해야 하나로 골치가 아파도 말입니다.

선행학습은 분명 예습에 해당합니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은 예습과 복습에 충실해야 좋은 학생이라고 말하곤 합니다만, 예습을 법으로 금지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소립니다. 가령, 천자문을 5살 때에 다 마쳤으면 논어 등 다음 상위과정을 시작해야 능력에 맞는 교육이 되는데, 천자문을 7살 때까지 교육하는 것이 정상적인 학교교육과정이니, 계속 천자문을 공부하라고 법으로 정해놓은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5살 이하는 구구단 배우면 안돼'라고 법으로 정해놓겠다는 발상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왜냐하면 이 법은 이미 헌법에 위배됩니다. 헌법 22조 1항은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라고 하는데, 학문의 자유의 근거가 되고, 또 3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했습니다. 능력에 따라의 근거입니다. 능력이 안되면 하지 않아도 됩니다. 따라서 헌법소원이 발생하면, 선행교육 규제법은 죽은 식물이 됩니다.

선행교육 규제법이 시행되고 나서 서울 주요 사설학원들의 선행 교육이 소폭 완화됐다는 분석이 최근 나왔습니다. 그러나 수학과 영어 과목의 경우 선행교육 기간이 여전히 최대 5∼7년에 이르러 사교육 열기가 식지 않았다고 시민단체가 지적했습니다. 다시 말해, 초등학교 4학년생이 최대 고1 수학을 배운다는 겁니다.

대치동 한 학원의 초등학생 대상 영재고·과학고 대비 프로그램은 초등 5학년생에게 고교 1학년 과정을 가르친다고 홍보, 선행교육의 정도가 5년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합니다. 한편, 서울 대치동학원에서 중1학생을 대상으로 의대반을 모집하여 교육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1 의대 선행반 학생들이 절대로 의대에 못 간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꽤 되나 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일타강사들에게 요령만 배웠기 때문에 스스로 공부하는 학생들에겐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 선행학습은 학원입장에서 아주 좋은 광고라고 생각도 됩니다. 학생이 받아들이지 못해도 상관없다고 보는데, 그 이유는 학교에서 관련한 내용을 당장 평가하지 않을 거니 학부모로부터 추궁을 당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 수요일 아침, 제게 한 분이 전화를 주셨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에 올라가는 남학생인데 수학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런지에 관한 문의였습니다. 타운의 학부모들은 잘 알지만, 자신은 모른다고. 타운이라는 표현을 사용 하는 것을 보니 한인 학부형들과의 교류도 거의 없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아드님의 수학능력이 몇 학년 수준인가요?"라고 물었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놀랍지도 않게, "3학년 수준인데요"라고 했습니다. 학교 수학은 잘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뭔지도 모를 불안감으로 해서 수학 학원에 보내고 싶다고 했습니다.

제 대답은 "정말 잘 결정하셨고요, 아드님을 수학 학원에 보내서 먼저 수준테스트를 받게 하고, 만일 3학년 수준으로 나온다면 아직 방학이 3주 남아있으니 3주안에 적어도 4학년 수학의 반정도는 끝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자녀를 돕길 원한다면 반년 정도의 수학 선행학습을 시키라는 권고죠. 게다가 만일 4학년 수학을 자녀가 하기 싫어한다면 결국은 수업자체를 싫어하는 일이 발생할 거라고도 말했습니다. 4학년에 올라가는 자녀가 스스로 수학을 잘 알아서 하기란 정말 힘든 일이어서 "학교에서 친절하게 수학을 잘 가르쳐주어 학생이 이내 잘 따라 하게 될 겁니다"라는 답변이 이상적인 답변이지만, 저는 역시나 선행학습을 권고하고야 말았습니다. (ATI에듀센터 고정민원장 drkoh@scusoma.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