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의학 이야기

사이먼 김 / 사우스배일로 한의대 교수·SBU 통합의학 연구소 이사장

서양의학과 한의학은 인간의 한 몸뚱이를, 또 그 몸에 발생한 하나의 병을 전혀 다르게 해석하고 치료하는 두 가지 의료체계이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실제로 활용하여야 할까? 한의학을 실제로 사용하는데 다음과 같은 네가지 선택지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서양의는 서양의 패러다임, 한의학은 동의학 고유의 치료술로 각자 역할이 있다. 하지만 대세는 서양의학이며 한의학은 언젠가 소멸될 것이다.

둘째, 서양의 과학적 성과를 활용하여 한의학의 전통적 치유 방법을 현대화, 과학화, 보편화한다. 그것만이 한의학이 살아남을 길이다.

셋째, 서양의학의 보조 기술로서 반 의학 (half medicine) 정도의 역할에 만족한다. 미국 의료원(NIH) 에서도 한의학을 유용한 대체의학(alternative medicine)의 하나로 받아들여 지원하고 있다.

넷째, 한의학의 철학적 기초를 탐구하여 그 이론 바탕에 깔린 세계관을 재심사하여 하나의 통합의학으로 재정립한다. 이때 통합의학(integrative medicine)이란 명칭은 동서의학 및 여타 보완의학들을 통괄하는 이름이다.

서양의학만이 진짜 의학이라고 생각하여 언젠가 한의학은 사라지고 말 거라는 것이 첫 번째 입장인데, 이는 한의학의 효용성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는 전제 하에 세번 째 입장에 서서 한의학을 활용하는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전자가 한의학의 실질과 미래에 부정적인데 반해 후자는 한의학의 효능성을 수긍하는 입장이다. 둘째 번의 입장이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서양의 생화학적 의학의 패러다임으로는 결코 동의학의 기화 세계관을 들여다볼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한의학이 명실상부한 통합의학으로서 자리매김을 하려면 무엇보다도 서양의학적 세계관을 확장하여 진단 방식과 치료 대상의 외연을 넓혀나가야 한다. 서양의학이 손댈 수 없는 치료 영역을 확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한의학의 치료기전은 철두철미 조기치신의 원리에 기초하고 있으며, 이 조기치신은 바로 기 조화 세계관에 바탕을 둔 원리다. 이때 생화학적 의료기술이 아닌 정기론에 근거한 통체적 치유(holistic healing)의 길을 모색해야 함은 물론이다.

지난 2월 사우스 배일로 대학에서는 양방적 진단과 한방적 치료에 명상기공 트리트먼트까지 더하여 통합의학 임상연구의 첫 시위를 당겼다. 이제 6주간의 임상연구 프로젝트 1기를 마감하고 이번 주 부터 연구 프로젝트 2기 환자들을 대상으로 5명의 박사급 교수들과 수 명의 인턴들이 함께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처음 통합의학 프로젝트 시작 때 얻은 천화동인(天火同人) 괘에서 예시한 대로 그간 동료들과의 화합과 협력으로 일구어낸 여러 교수님과 인턴들의 보람있는 성과에 감사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