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발표에 없는 '비핵화 합의' 트윗 의미놓고 외교가 해석 분분
최근 트럼프 암시 모두 맞아…폼페이오 방북서 막후합의 가능성
교도 "김정은, 폼페이오에 '완전한 비핵화' 밝혔다" 보도
'北 핵무기 포기 안한다' 시각도 많아…공화당서도 회의론 우세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기의 정상회담'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비핵화 합의'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전세계 외교가가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고, 그들이 비핵화(세계를 위해 매우 훌륭한 일)와 핵실험장 폐쇄, 실험 중단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세 가지 사항 가운데 비핵화(denuclearization)는 북한 측 발표에는 담겨있지 않은 대목이다. 이는 특히 북미가 정상회담을 통해 풀어야할 최종 목표라는 점에서 트럼프의 발언에 담긴 정확한 의미를 놓고 외교가의 해석이 분분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실험장 폐기와 핵·미사일 시험 중지라는 북한의 공식 발표 외에 '비핵화도 합의했다'고 트위터에 적은 것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막후 합의를 '천기누설'한 것인지, 아니면 잘못 알고 언급한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우선 차기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최측근'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이달초 극비리에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과 만났다는 점에서 실제로 북한으로부터 비핵화와 관려한 중요 약속을 받아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본 아사히신문이 지난 21일 소식통을 인용, 김 위원장이 폼페이오 국장에게 '완전한 비핵화'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는 사실도 이런 추측에 개연성을 보탠다.

특히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알려지지 않은 막후 진행 상황을 트위터 등을 통해 암시한 적이 많다는 점은 이번 트윗 역시 예사롭게 넘길 수 없다는 시각에 힘이 실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국장의 극비 방북 날짜로 알려진 부활절 주말(3월31일∼4월1일) 직전인 지난달 29일 오하이오 주 리치필드에서 한 대중 연설을 통해 "우리는 북한과 매우 잘 해나가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일 북한이 핵실험장 폐기 등을 결정하기 직전인 19일에는 트위터에 "좋은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적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비핵화 합의 언급'은 베일 뒤에 가려져있는 북미간 '빅딜'을 암시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물론 회의론도 만만찮다. 북한의 결정은 핵·미사일 시험을 동결하겠다는 뜻이지 핵무기를 폐기한다는 공식 언급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북한의 발표는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암시한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AP 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에 합의했다고 말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북한은 (발표문에서)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실험장 폐기를 언급했지만, 핵무기 포기 의사를 밝히는 것은 꺼렸다. 이는 김정은이 여전히 핵무기를 '보검'으로 남겨두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행정부 안팎의 대북 전문가들은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이 김 위원장의 최종 목표라고 믿고 있으며, 일부 관료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적 합의를 도출하려는 강한 열망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에 못 미치는 합의를 해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미 언론뿐만 아니라 집권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과 회의론이 이어지고 있다.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공화)은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을 매혹해 그것(비핵화)을 얻어내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면서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겠다는 김 위원장은 선언은 "쉽게 뒤집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 초대 CIA 국장 후보로 거론됐던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도 CBS 방송 인터뷰에서 "쉽게 뒤집힐 수 있는 결정"이라면서 "이번 발표는 실험을 계속하겠다는 것보다는 낫긴 하지만, 그다지 크게 낫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한, 막후에서 설령 비핵화에 관한 합의가 있었더라도 이는 큰 틀의 합의일뿐 최종 이행까지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WSJ는 김 위원장이 방북한 폼페이오 국장에게 최대 몇 년이 걸릴 수 있는 시간표에 따라 양측이 함께 양보하는 내용의 단계적 합의를 제시했으나, 미 정부는 양측이 초기에 중대 양보를 해 결판을 내자는 이른바 '빅뱅' 접근법을 선호해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 듯 이날 트위터에서 "북한에 관한 결론을 내리기까지는 먼 길이 남아 있다"며 어쩌면 일이 잘 해결될 수도 있고 어쩌면 안 그럴 수도 있다-오직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고 다소 발을 빼는 언급을 내놨다.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