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2병'을 아십니까

대학을 졸업한 후 좋은 직업 가질 수 있을까 걱정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자녀의 적성'잘 찾아줘야


아마도 미국에서 살아가시는 독자 분들로선 이런 병 이름은 처음일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전공 안 맞아 적성 고민 늘면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우울해져 있는 대학교 2학년 재학생이 겪고 있는 병을 대 2병이라고 합니다.

요사이 대학가에 유령이 떠돌고 있다고 하죠. '대2병(大二病)'이라는 유령입니다. 신입생티를 벗고 2학년에 올라간 뒤 생기는 증상입니다. 전공이 자신과 안 맞거나, 취업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고, 졸업 후에 뭘 하고 싶은지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에 이 병에 걸리게 됩니다. 몇 해전MBC '힐링캠프'에 한 시청자가 "요즘 '대2병'이라는 게 있는데 모든 게 자신이 없고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은 병입니다. 그 병에 걸려 고민이다"고 상담 사연을 보낸 게 화제가 됐습니다.

지난 회에서 소개한 대로, '중2병'이 또한 있습니다. 사춘기에 접어드는 중학 2년생이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며 스스로를 어른이라고 여기는 '망상병','허세병' 정도 되는 것입니다. 자신감이 충만해서 허세를 부리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인간의 전두엽은 만 17세에 기본 구성이 완성되고 만 25세에 성장이 완전히 완료하여 기량이 최대치에 달한다고 합니다. 만 17세는 고2병에 걸리는 시기와 일치하고 만 25세는 남자 기준으로 칼군대, 칼졸업시 취업 나이에 해당합니다. 어떻게 보면 과학적이기도 합니다.

원래 '대2병'도 '중2병'의 연장선상에서 붙인 별명이었는데, 미술관이나 공연장을 다니고 카페에서 책 읽기를 과시하는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을 일컬었습니다. 하지만 취업 경쟁이 심해지면서 '대2병'의 의미가 바뀌었고,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취업 준비를 하느라 더 이상 문화생활을 할 만한 여유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대2병'에 걸려 수업 과제도, 동아리 활동도 안 했다는 대학생 박모(23)씨는 "차라리 이런 병을 고등학교 때 걸렸으면 좋았겠다 싶다. 그랬다면 전공을 더 신중하게 선택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적성과 진로에 상관없이 점수에 따라 전공 학과를 선택하는 입시 풍토도 '대2병'의 원인 중 하나라고 합니다.

이 신종 질환은 몇해전 대학생 만화가 난희(21)씨가 '대2병'의 새로운 정의를 웹툰으로 그리면서 널리 알려졌죠. 대학 2학년 때 이 웹툰을 그린 작가는 "1학년 때는 주로 기초교양 수업을 듣지만 2학년 때부터 전공 수업을 많이 수강하기 시작합니다만, 전공이 심화될수록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워서 전과(轉科)를 고민하죠. 같은 과 친구들도 매일 같은 고민을 했었고, 결국 몇몇은 휴학을 하거나 전과를 했다"고 했습니다.

서울의 한 의대교수는 '대2병'에 대해 "새로운 역할, 임무나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생겨날 수 있는 증상"이라며 "의욕을 잃거나 비관적인 생각을 하는 등 우울증 초기 증상을 보인다"고 말했죠. "이럴 때 입대나 휴학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도교수나 합리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가 도움을 받는 게 좋다"고 했습니다.

'대2병'에 걸렸다가 나아진다고 해도 대학 생활이 평온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2학년이 지나면 3학년이 되는데, 요즘 대학생들은 이때를 '사망년'이라고 부릅니다. 취업이나 고시 준비를 하느라 "죽겠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죠.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청년 실업률은 12.5%. 이 수치가 높아질수록 '대2병'이나 '사망년'처럼 대학가를 떠도는 유령은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고 합니다. 미국으로 '도망치듯 유학이나 가던 시절'도 아닌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