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부터 3거래일 거래정지 후 내달 4일 재상장…유동성 증가 따른 수급개선 기대
증시 전문가 "기초여건·업황이 결국 주가 좌우"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200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 탓에 단 한 주를 보유하기도 부담스럽던 삼성전자[005930]가 다음주 50대 1 액면분할을 실시해 '국민주' 반열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액면분할로 삼성전자가 단기간 수급 개선의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결국 기업 기초여건(펀더멘털)과 영업환경이 주가를 좌우할 것으로 진단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30일 50 대 1 액면분할을 위한 거래정지에 돌입한다.

3거래일간 거래정지 후 다음달 4일 재상장하는 삼성전자의 액면가는 5천원에서 100원으로 줄어든다. 그 대신 주식 수는 50배로 늘고 주가는 250만원 선에서 5만원 선으로 내려간다. 시가총액에는 변화가 없다.

주가가 싸지면 개인 투자자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수급이 개선돼 주가가 오를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액면분할의 긍정적인 영향은 단기에 그칠 거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횡보 수준인 삼성전자의 주가 흐름으로 볼 때 액면분할에 따른 주가 급등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약 2∼3주 동안은 수급 개선의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송 연구원은 "과거 대형 상장사의 액면분할 사례를 보면 분할 직후 코스피 대비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이다가 2∼3주 지난 뒤에는 원래 수준을 회복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이번 액면분할은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주겠지만 효과는 2∼3주 정도의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식 수가 대폭 증가하고 가격이 저렴해지는 만큼 거래량은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15년 이후 유가증권시장 액면분할 사례 39건을 분석한 결과 24건은 거래량이 늘었다"며 "특히 시가총액이 큰 종목인 경우 유동성 증가로 거래량 증가 폭이 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주가는 액면분할 효과보다 펀더멘털과 업황에 따라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증시에서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의 대장주인 애플과 중국 항셍주 대장주인 텐센트에서 액면분할 후 큰 폭의 주가 상승세가 관찰됐다"며 "단기적으로는 액면분할로 인한 유동성 증가 효과가 작용했지만 결국 중장기적으로는 우호적인 업황과 긍정적 기초여건(펀더멘털)이 반영됐다"고 소개했다.

송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중장기적 주가 방향 역시 유동성 증가가 아닌 업황, 기업 펀더멘털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액면분할 재상장 당일이 최적 매도 시기라는 분석도 있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13년 이후 액면분할을 한 보통주 114개의 사례를 검토한 결과 액면분할 전까지는 주가가 오르지만 이후에는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삼성전자 역시 액면분할이 완료되는 5월 4일 이후 상승 탄력이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그는 "액면분할을 기대한 투자자라면 신주 상장일이 최적의 매도 시점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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