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 억제 국제적 노력에 역행, "더운 나라일수록 급속 확산 기후변화 부채질"우려

[이슈진단]

중국·인도 등 향후 30여년간 20억대 새로 설치
아프리카도 폭증세…이산화탄소 배출량 2배로


날씨가 무더운 나라에서 에어컨 보급이 급증하면서 전력 수요가 급속도로 늘어나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려는 국제적 노력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향후 30년 동안 에어컨이 전력 수요를 크게 증가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 수요는 미국과 유럽연합(EU), 그리고 일본의 에어컨 사용에 따른 전력 수요를 합친 규모와 맞먹을 전망이다.

에어컨을 효율적으로 만들지 않는 한 이런 추세는 불가피하다는 게 IEA의 경고다.

IEA는 이에 따라 각국 정부가 제조업체에 대해 에어컨 장치의 효율성을 기하도록 규제하거나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 전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에어컨 문제는 국제사회의 에너지 정책에 있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우려했다.

에어컨은 더운 나라에서는 삶의 질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에어컨 사용은 한쪽으로 쏠려 있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전체 주택 가운데 90% 정도가 에어컨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7%, 인도는 5% 만이 에어컨 혜택을 누린다.

미국에서 에어컨 가동에 들어가는 전력 공급 규모는 아프리카 전체와 맞먹는다. 더운 나라일수록 에어컨 수요가 추운 지역보다 급증하는 추세다. 소득 수준이 향상되면서 에어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IEA가 만든 시나리오에 따르면 에어컨, 제습기, 선풍기 등 냉방장치는 2016년 34억 대에서 오는 2050년에는 80억 대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중국과 인도에서만 이 기간 20억 대의 에어컨이 새로 설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에어컨 사용이 상대적으로 저조하지만 아프리카에서도 에어컨 보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나리오대로라면 냉방장치에 필요한 전력 수요는 같은 기간 2천20TWh에서 6천200TWh로 늘어난다.

중국과 인도, 그리고 인도네시아 등 3개국이 늘어나는 전체 전력 수요의 절반을 차지할 전망이다.

특히 냉방장치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16년 기준 11억 톤에서 2050년에는 21억 톤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난다는 게 IEA의 설명이다. IEA는 "각국이 힘을 한데 모아 냉방장치 가동 전력 수요를 억제하는 게 시급한 상황"이라며 "소비자들이 에너지 효율이 높은 냉방장치를 구입하도록 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