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뉴·스]

129세 세계 최고령 할머니 "장수는 축복이 아닌 형벌"
104세 호주 최고령 과학자 "너무 늙어 사는 건 불행해"

얼굴 주름보다 열정잃었을때 생긴 마음에 주름 더 슬퍼
하루하루 건강하고 의미있게 살려고 노력하는게 행복

과연 오래사는 것이 행복한 것일까. 사람은 명예도 중요하고, 돈도 중요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진시황이 원하던 무병장수롤 가장 바란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가없다. 특히 최근 줄기 세포 치료제 개발로 앞으로 20~30년 내에 평균수명이 90~100세까지 늘어난다는 희망에 너도나도 장수 기대를 높이고 있다. 이렇듯 생명공학의 발달로 인간의 생명이 길어지는 것은 매우 기분좋아지는 일이지만 오래산다고 해서 그 인생이 과연 행복하다고 말 할 수 있을까.

"의미없는 긴 생명 바라지 않아"

지난 16일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129번째 생일이 '자신에게 내려진 형벌'이라고 주장하는 한 할머니의 사연을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체첸 공화국 출신의 코쿠 이스탐블로바(사진) 할머니는 서류상의 생년월일이 1889년 6월 1일로, 다음달이면 129세가 된다. 할머니는 나이만큼이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겪었다. 러시아 혁명이 니콜라스 2세 황제를 무너뜨렸을 때 27세, 2차 세계대전이 끝났을 때는 55세, 구 소련이 붕괴 됐을 때는 102세였다. 할머니는 "볼셰비키 혁명 이후 러시아 내란과 제2차 세계대전, 1944년 두 차례의 체첸전이 일어났음에도 살아남았다. 평생 단 하루도 행복한 날이 없었으며, 이토록 오래 살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시베리아나 카자흐스탄에서 망명 생활을 할때 가장 힘들었다. 항상 열심히 일하고 정원을 가꾸며 불행한 생각을 떨쳐냈다"면서 "긴 생명은 신이 내게 주신 선물이 아닌 형벌이다. 난 그것을 바라지 않았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불과 6살에 숨진 아들을 포함해 모든 자식을 자신보다 일찍 보냈다. 유일하게 생존했던 딸 타마라는 5년 전 104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혼자다.

"행복치 않은 삶 무의미"

올해 104세인 호주 최고령 과학자 데이빗 구달<사진 왼쪽·본지 5월16일자 보도>은 불치병에 걸리진 않았지만 능력이 급격히 쇠퇴하고 있다며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는 호주를 떠나 스위스 바젤에서 지난 10일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자신의 마지막 소원대로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환희의 송가'를 들으며 숨을 거뒀다.

저명한 식물학자인 그는 초고령의 나이에도 컴퓨터를 직접 다루고, 4년 전까지 논문을 발표할 정도로 집념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최근 수년 동안 건강이 악화해 혼자 힘으로 생활하기가 어렵다고 느껴왔다. 구달 박사는 최근 ABC방송 인터뷰에서 "질병은 없지만 건강이 나빠져 불행하다. 104세라는 나이에 이르게 된 것을 매우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닥에 넘어져 병원에 입원했던 2개월 전쯤엔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안락사를 하기전 그는 "더는 삶을 지속하고 싶지 않다. 생을 마칠 기회를 얻게 돼 행복하다"며 "아무것도 행복하지 않은 고령의 노인이 삶을 지속해야 하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도구로 내가 기억되기를 바란다"며 눈을 감았다.

누군가 인생은 나이 먹었다고 해서 늙는 것이 아니라 이상을 잃었을 때 늙는다고 하지 않았는가. 세월이 흐르면서 늘어난 얼굴의 주름살 보다 인생에 대한 열정을 잃었을 때 생긴 마음에 주름이 더 슬프기만 하다. 행복해지면 질수록 장수에 대한 동경이 생기게 되지만 오래살면 살수록 더이상 행복해 지지않는다는 이치는 거역할 수없는 인간의 삶. 그래서 오늘을, 하루하루를 행복하고 의미있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외엔 뽀족한 방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