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에서 홈런이 급증한 이유를 규명하고자 내로라하는 과학자와 야구전문가 10명이 머리를 맞댔다. 그러나 이들도 결정적인 비밀을 풀진 못했다고 언론이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발표를 인용해 24일 전했다.
2015년 이래 메이저리그에선 홈런이 크게 늘었다. 여러 투수가 야구공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사무국은 지난해 8월 홈런 급증 원인을 규명할 독립 조사위원회를 꾸렸다. 일리노이대학 물리학과 명예교수인 앨런 네이선 위원장을 중심으로 수학·통계·물리학·기계공학·기계 재료공학 교수 등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가 발족했다. 이들은 홈런 급증의 이유를 풀려고 다양한 연구와 실험을 진행했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찾진 못했다.
위원회는 2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야구공의 공기역학적 특성 변화로 공이 좀 더 멀리 날아갔다"고만 진단했을 뿐 그 이유를 입증할 핵심 증거를 제시하진 못했다. 흔히 알려진 공의 반발계수 변화, 공을 더 멀리 높게 치려고 타자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진 어퍼컷 스윙(어퍼 스윙)과 홈런의 연계성 등에서 이렇다 할 과학적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위원회는 공의 특성, 날씨 조건 등 여러 가설과 사무국의 통계 프로그램인 스탯캐스트 자료 등을 활용해 진실 규명에 나섰다. 메이저리그 30개 구장 야구공 보관 창고의 온도와 습도를 조사하고 코스타리카에 있는 메이저리그 공인구 제조사인 롤링스 공장을 방문해 야구공 제작 과정도 훑었다. 2013∼2017년 사용되지 않은 공인구와 2012∼2017년 사용된 공인구의 공기역학 실험도 거쳤고, 발사각도·타구 속도·공 회전율 따위의 통계자료도 따졌다. 하지만 공의 크기·무게·공에 박힌 솔기의 높이·반발계수는 물론 공의 재질·제조 공정에서의 어떤 변화도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위원회는 공의 저항력이 줄어들어 더 멀리 날아갔다고 밝혔으나 그 이유를 제시하진 못했다. 네이선 위원장은 "홈런 급증의 근본 원인이 야구공 항력의 변화이긴 하나 공의 어떤 특성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밝혀내지 못했다"고 기자들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메이저리그의 경기당 홈런은 2015년 올스타 휴식기 전 평균 1.90개에서 올스타 휴식기 이후 2.17개로 증가했다. 2016년엔 2.31개, 지난해엔 2.51개로 크게 늘었다. 전체 타구에서 홈런이 차지하는 비율도 2014년 3.2%, 2015년 3.8%, 2016년 4.4%, 그리고 올해 4.8%로 꾸준히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