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랭킹 1위 팀이라고 해도 ‘단두대 매치’ 앞에서는 긴장하기 마련이다.

스웨덴을 잡고 기사회생한 독일은 여전히 초조하다. 산술적으로 F조 네 팀(멕시코 독일 스웨덴 한국) 모두 16강행 가능성이 있는만큼 자만을 경계하고 있다. 27일 오후 11시(이하 한국시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리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최종전 한국과 맞대결을 신중하게 준비하고 있다.

◇우리 훈련을 적에게 알리지 마라
요하임 뢰브 독일 대표팀 감독은 24일 소치에서 열린 스웨덴전에서 극적인 2-1 역전승에 성공한 뒤 “전력분석관을 통해 한국전 2경기를 분석했다”면서 맞춤 전술을 예고했다. 독일은 경기 다음 날 휴식일(Rest day)을 공지했다. 월드컵 미디어 관계자가 이용하는 FIFA 미디어채널에 일일 국가별 일정이 게재되는 데 멕시코전을 마친 한국이 정상적으로 회복 훈련을 공지한 것과 다르게 독일은 휴식을 알렸다. 그런데 베이스캠프 모스크바 근교 바투틴키로 돌아온 독일은 조용히 비밀 훈련을 진행했다. 국내 취재진이 독일 정상 훈련을 확인한 건 독일축구협회(DFB) 채널에서 훈련 장면을 공개하면서다. 실내 뿐 아니라 운동장에서 가볍게 러닝과 공 돌리기로 몸울 풀었다.

◇왜 숨겼나
경기를 치른 팀은 대체로 다음 날 회복 훈련에 임한다. 독일은 굳이 왜 숨겼을까. 우선 16강행 여부가 달린 중대한 일전을 앞두고 내부 모습을 최대한 미디어에 노출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있다. 또 이날 DFB 채널에 공개된 건 어디까지나 기본적인 회복 훈련 장면에 국한됐다. 한국전까지 준비 기간은 단 사흘에 불과하다. 독일은 26일 오전까지 베이스캠프 바투틴키에선 담금질한 뒤 저녁 비행기로 결전지 카잔에 입성한다. 또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보다 앞서 있어도 독일은 현재 여러 변수가 많다. 중앙 센터백 듀오인 마츠 훔멜스가 경추 부상으로 회복 중이고, 제롬 보아텡은 스웨덴전 퇴장 징계로 한국전에 나설 수 없다. 메주트 외칠의 부진 속에서 스웨덴전 2선 중앙에서 토니 크로스와 호흡을 맞춘 세바스티안 루디도 코뼈 부상을 입었다. 독일 ‘빌트’지 등 다수 언론은 ‘한국전에 4-2-3-1 포메이션을 유지하면서도 선수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뢰브 감독 입장에선 플랜B, C를 결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되도록 전술상 작은 부분이라도 외부에 드러내지 않는 게 좋다.

◇‘디 만샤프트’ 찾아라…내부 결속력 ‘흔들’
비단 상대국만 신경쓰는 건 아니다. 12년 장기 집권하는 ‘뢰브 체제’는 이번 대회를 기점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경기력도 경기력이나 내부 결속력이 흔들리고 있다. 월드컵 명단에 들지 못한 산드로 바그너가 “코치진과 잘 맞지 않았다”며 불화를 언급한 것 뿐 아니라 터키계 이민 2세인 외칠과 일카이 귄도간은 월드컵을 앞두고 런던에서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사진 찍었다가 큰 비난에 시달렸다. 월드컵을 앞둔 선수들이 여전히 터키 혈통을 중시한다는 시선과 더불어 일부 팬 사이에선 국가대표 박탈 자격 주장까지 나왔다. 더구나 외칠이 멕시코와 1차전 부진으로 팬들의 뭇매를 맞았다. 독일 언론은 베이스캠프 내 인터뷰에서 아직도 이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또 스웨덴전 승리 이후 올리버 비어호프 독일 단장이 상대 벤치에 ‘주먹감자’를 날리는 도발 행위로 DFB가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직전 대회 우승 팀이 다음 대회에서 부진하다는 ‘우승 팀 징크스’를 묻는 외신도 꾸준하다. 스웨덴전 토니 크로스의 결승포로 분위기 반전 계기를 마련했으나 뢰브 감독은 이러한 모든 상황에 불편한 심기를 보이고 있다. 뢰브 감독은 DFB와 2020년까지 계약돼 있다. DFB도 월드컵 성적과 관계 없이 뢰브를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그러나 성적을 떠나 독일이 지향하는 ‘디 만샤프트(Die Mannschaft·팀을 뜻하는 독일어)’의 무게와 정체성이 흔들리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뢰브 감독 입장에선 한국전은 과정과 내용, 결과 모두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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