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대북 제재 완화 우려 전달 가능성…시진핑 접견 예상
中외교부 "미중 국방장관 북핵문제 거론 가능성 있어"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방중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27일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과 만나 한반도 비핵화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날 회동에서 미국 측은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위한 중국 역할을 요청하고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대북 제재가 완화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거론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미중 국방장관은 이날 베이징(北京)에서 회동해 한반도 문제 등을 포함한 상호 협력 분야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 부장은 이날 회동에서 매티스 장관에게 "이번 방중은 양국간 전략적 신뢰를 증진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매티스 장관은 "군사 관계는 미중 관계를 넓히는 데 중요하며 매우 개방되고 솔직한 대화가 되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미는 주요 2개국(G2)으로 접촉이 많아 일부 분야에서 갈등이 있는 것은 피할 수 없다"면서 "관건은 양측이 상호 존중하고 평등의 정신으로 적절히 (갈등을) 처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루 대변인은 "매티스 장관은 방중 기간 중국 지도자 및 군부 지도자와 회담할 것이며 이번 회담에서 북핵 문제와 남중국해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번 회담은 미중 양측이 공동 관심사에 대해 깊이 있게 의견을 교환하는 절호의 기회다"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 14일 방중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마찬가지로 매티스 장관은 오는 28일 출국에 앞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예방할 것으로 보인다.

매티스 장관은 이번 미중 국방장관 회의에서 지난 12일 열린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결과인 북한 비핵화 이행에 있어 중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요구했을 가능성도 있다.

시 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미회담 직후 베이징에서 만나 밀착을 과시하는 등 최근 석달 사이 3차례나 정상회동을 한 바 있어, 미국은 북한의 신속한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는 데 중국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매티스 장관은 방중에 앞서 경유지인 알래스카에서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심각히 여긴다면서 "우리는 앞으로 수일에서 수 주간 진전을 보게 될 것"이라며 북한을 재차 압박한 바 있다.

중국 또한 미국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자발적으로 중단하는 등 중국이 요구하는 쌍중단(雙中斷,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받아들인 상황이라 비핵화 협상에 주요 당사국으로 참여한다는 전제 아래 협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미국은 그동안 강력한 대북 압박이 김 위원장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냈다고 여기고 있어 최근 중국의 대북제재 완화 움직임에 대해서도 매티스 장관이 중국에 불만을 제기했을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헨리 맥매스터 주지사 지지유세에서 "그들(중국)은 정말로 북한과의 국경 문제에 있어 우리를 도왔다"면서도 "그들은 더는 우리를 돕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애석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해 중국의 대북제재 완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해 매티스 장관은 중국이 최근 북중 국경 거래에 대한 단속을 완화하고 북한 여행 및 항공 노선을 확대하는 등 대북 압박의 빗장을 푸는 행동을 자제하도록 거듭 압박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은 이미 세 차례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대북지원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상황이라 인도적 지원과 정상적인 교역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미국 공세에 맞섰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매티스 장관 방중에 앞서 중국 해군이 구축함 등을 동원해 대만 인근에서 훈련하는 등으로, 미중이 대만 및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기선잡기에 나서 양측간 설전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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