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방북해 김정은 면담 예정…비핵화 프로세스 급물살 탈지 주목
'1년내 핵폐기' 시간표+核리스트 신고 요구 예상…백악관 "비핵화 협상 진전"
폼페이오 '유해송환' 귀국 전망…7~8일 도쿄서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이준서 특파원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미국 동부 현지시간으로 5일 평양으로 출발해 7일까지 북한을 방문한다고 미국 정부가 2일 발표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6·12 북미정상회담을 한 지 23일만에 북미 간 고위급 회담이 열리는 것으로, 양국이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 프로세스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진행 중이며 또한 중요한 북한 비핵화 업무를 계속하기 위해 폼페이오 장관이 오는 5일 북한으로 떠난다"며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북한 지도자와 그의 팀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외교사령탑으로서 북미 대화를 총괄 지휘해온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 방문은 이번이 세 번째이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6·12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4월과 5월 두 차례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했으며, 두 차례 모두 김 위원장을 만난 바 있다.

샌더스 대변인은 또 "우리는 어제 좋은 대화를 나눴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고 말해, 지난 1일 판문점에서 열린 '성김-김영철' 실무회담에서 미국 측이 일정한 성과를 거뒀음을 시사했다.

국무부도 이날 별도의 자료를 내고 "지난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진전사항들을 이행하고 협의를 이어가기 위해 폼페이오 장관이 오는 5~7일 평양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의 구체적인 북한 체류 기간과 관련한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폼페이오 장관이 미국 동부 현지시간으로 5일 출발한다면 비행시간 등을 감안할 때 실제 북한 체류일정은 6일부터 7일까지 1박2일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의 세번째 방북은 국무장관 취임한 후 첫 해외 순방의 일환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 방문에 이어 7일부터 8일까지 일본 도쿄를 방문, 한국과 일본의 카운터파트를 만나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를 갖고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final, fully verified) 북한 비핵화 문제를 논의한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8일부터 이틀간 베트남을, 9일부터 이틀간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한 뒤 10일부터 12일까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미국 조야에서 북한의 핵(核) 은폐설이 대두한 가운데 이뤄지는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북은 '완전한 비핵화' 프로세스의 성공 여부를 가늠해보는 풍향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핵, 생화학무기 등 대량파괴무기(WMD)+미사일의 1년 내 폐기' 시간표를 제시하고 모든 핵무기와 핵물질, 생산 및 보관시설, 생화학, 핵 프로그램과 관련 시설, 탄도미사일 시험장 등의 리스트를 전면 신고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샌더스 대변인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이 비핵화를 결정한다면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은 1년 안에 해체될 수 있다고 말했다"면서 "현재로선 긍정적인 변화를 향한 큰 모멘텀이 있고 우리는 추가 협상들을 위해 함께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특히 영변 이외의 우라늄농축시설이 있을 경우 이를 신고할 것을 주문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은 미국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연구소 보고서 등을 인용해 북한이 그동안에 운영한 우라늄 농축 시설이 '강성(송)'(Kangsong) 발전소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미 정보기관이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등 정보 당국자를 인용한 외신 기사들이 잇따르는 것과 관련, "정보기관 보고에 대해서는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겠다"면서 "제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는 계속해서 진전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방북길에 미군 유해 송환이라는 선물을 안고 돌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 정상은 6·12 정상회담에서 미군 유해 송환에 합의했으며 지난주 미국은 북측에 유해 운반용 임시 운송 상자를 전달해 유해 송환이 임박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으나 이후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유해 송환 합의를 북미정상회담의 '가장 구체적인 성과'로 평가하고,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방문에서 7천700여구에 달하는 전사자 유해 복구를 압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 정부 관리들에 따르면 북한이 이미 200여구 이상을 발굴했다.

그러나 롭 매닝 미 국방부 대변인은 2일 기자들에게 유해 송환 일정에 대해 아무 것도 알지 못하며 미 외교관들이 북한과 여전히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국무부도 ABC뉴스에 유해 송환과 관련해 새로운 소식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유해 송환문제는 북미 고위급 회담의 결과와 연계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샌더스 대변인은 회담 성과에 대한 일부 회의적 시각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일이 일어났다. 한가지는 지난 8개월 동안 (북한의) 미사일이 발사되지 않았으며 핵 폭발도 목격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말하지만 대화가 계속 진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김 위원장을 신뢰하느냐'는 질문에도 "우리는 진전과 모멘텀을 봤고, 어제까지 좋은 대화를 나눴다"며 "우리는 이번 주말에도 대화를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재차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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