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금융당국의 비은행권 대출업체 단속으로 유동성 악화"
"은행은 중소기업 대출방법 몰라…기업들, 사채시장 몰려"

(서울·홍콩=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안승섭 특파원 = 중국 기업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미중 무역전쟁이 아닌 자금난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 '중국에서 무역전쟁보다 더 큰 걱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중국 당국의 비은행권 대출업체와 핀테크 업체에 대한 엄중 단속이 유동성을 악화시키고 있으며 투자자들을 겁먹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먼저 FT는 금융 전문가들을 인용해 글로벌 투자자들이 그동안 지나치게 미중 무역갈등만 주시해 왔지만, 이제는 중국 비은행권 대출업체와 핀테크 업체를 상대로 한 금융당국의 단속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국 금융당국은 금융선진화를 위해 비은행권 대출업체와 핀테크 업체와 같은 '그림자 금융'(비제도권 금융)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기업들의 자금난을 가중하고 투자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중국 금융감독 수장인 궈슈칭(郭樹淸) 은행보험감독위원회 주석도 지난달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루자쭈이(陸家嘴) 금융포럼에서 건전한 금융시스템 구축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미 이자율이 상승하고 이익이 줄어들면서 중국 기업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채무상환을 연장받거나 재대출받는 게 힘들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중국 시틱증권(中信證券) 자회사인 크레디리요네증권아시아(CLSA)에 따르면 올해만 중국 내 22개 기업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디폴트란 원리금 상환시기가 정해진 채무를 계약대로 상환하지 못했다는, 즉 부도를 냈다는 의미다.

금융 전문가들은 상황이 앞으로 더 악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광둥(廣東) 성 선전(深천<土+川>)의 한 비은행권 대출업체 대표는 "중국에는 돈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베이징 당국이 비은행권 자금원을 모두 폐쇄하고 은행들에 독점권을 주었다. 하지만 은행들은 소규모 기업들에 어떻게 돈을 빌려줄지 방법을 모른다"면서 "우리는 모두 자금난으로 굶어 죽을 판이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중국의 비은행권 대출업체들은 금융당국이 비공식적인 대출부문을 개혁하기 위한 조치로 은행의 자금 공급을 차단함에 따라 고사상태에 있다.

이미 수천 개의 P2P 금융플랫폼이 문을 닫았다. P2P 금융플랫폼은 개인과 개인 간 거래를 중계해 주는 인터넷 금융플랫폼을 말한다.

물론 중국 금융당국은 자국 은행들에 중소기업 대출을 강화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강(易綱) 인민은행 총재도 루자쭈이 금융포럼에서 고용의 80%가량을 창출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라고 은행들에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중국 은행들은 전통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꺼렸으며, 중국의 중소기업들은 높은 이자에도 비은행권 대출업체를 선호해 왔다.

중국 당국의 그림자 금융에 대한 단속 강화로 중국 기업들은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다고 홍콩의 한 금융 전문가는 지적했다.

JP모건의 니컬러스 파니거트조그러우 이코노미스트를 포함한 몇몇 시장 분석가들은 2018년에 2015년과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2015년은 중국 주식시장이 장기침체에 빠진 해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자금난을 겪는 중국 기업들이 사채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자금난을 견디다 못해 지난 1월 최고경영자(CEO)인 저우젠찬이 자살한 저장(浙江) 성 저장진둔 그룹의 경우 자산이 11억 위안에 불과했지만, 총부채는 98억 위안에 달했다.

더구나 저장진둔 그룹의 총부채 중 3분의 1은 사채업자나 개인 대출자로부터 조달한 것이었다. 한 사채업자에게서 빌린 채무의 이자율은 연 120% 이상에 달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중국의 총부채는 2008년 국내총생산(GDP)의 140% 수준에서 지난해 GDP의 257%까지 팽창했다.

그 결과, 지난 10년간 전 세계에서 발생한 신규 부채의 40%는 중국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