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운송 가능한데 왜 전함으로 했겠나?…배는 러시아 소유"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경북 울릉 앞바다에서 러일 전쟁 당시 침몰한 러시아 순양함 '드미트리 돈스코이'(Dmitriy Donskoy)가 발견됐다는 소식과 관련, 러시아 현지 전문가들은 배에 금괴가 실려 있을 가능성은 작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전함에 대한 소유권은 러시아에 있으며 러시아 정부의 승인 없이 배를 탐사하거나 인양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군사 사학자인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 교수 키릴 콜레스니첸코는 18일(현지시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열차를 이용해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금괴를 운송할 수 있는데 왜 배로 싣고 갔겠는가. 신화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순양함이 1905년부터 심해에 남아 있었고 많이 녹슬어 인양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극동 지역의 또 다른 역사학자인 세르게이 코르닐로프도 인테르팍스 통신에 "그처럼 귀중한 화물을 군함으로 운송할 이유가 어디에 있었겠느냐"며 "군함은 전쟁에 나가는 길이었고 침몰할 위험이 있었다"고 돈스코이함이 금괴를 운송했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돈스코이함 선상에 금괴가 있다는 소문에 대해 "그 얘기는 처음 듣는다. 배에 선상 금고가 있을 수 있지만 많은 금액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콜레스니첸코 교수는 또 "승조원들의 유해가 남아 있는 침몰한 배는 전쟁 매장지로 간주되며, 러시아 정부의 허락 없이 배를 인양하거나 선상에서 어떤 작업을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국제변호사 아나톨리 카푸스틴도 "배는 러시아에 속한다. 다른 나라 영해에 배가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 나라에 순양함과 부속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석했다.

전몰자 추모 운동단체 '러시아 탐사 운동' 연해주 지부장 야로슬라프 리반스키는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우리(러시아)에게 순양함은 값을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역사적 유물이자 러시아 전사의 비극적이지만 영웅적인 사건의 대상"이라면서 "선상에서 발견된 물건도 배와 분리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함이 그대로 러시아로 인도되길 바라지만 그러기 위해선 한국과 러시아 측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리반스키는 "이런 문제에서 명확한 절차는 없다"면서 "우리 영해가 아닌 곳에서 발견됐기 때문에 (한국 측이) 선의에서 발견물을 우리 측에 넘겨 줄 수도 있고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 모든 것은 양측의 합의에 달렸다"고 소개했다.

앞서 지난 17일 한국의 종합건설해운회사 신일그룹은 그 이틀 전 울릉군 울릉읍 저동리에서 1.3㎞ 떨어진 수심 434m 지점에서 돈스코이함 선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발틱함대 소속의 1급 철갑순양함 드미트리 돈스코이는 1905년 러일전쟁에 참전했다가 일본군 공격을 받고 울릉도 인근에서 침몰했다.

이 배에는 현재 가치로 약 150조 원의 금화와 금괴 약 5천500상자(200여t)가 실려 있다는 소문이 오래전부터 퍼졌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배에 금화와 금괴가 실려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신일그룹은 돈스코이함에 대한 탐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소유권 등기와 본체 인양을 위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