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학생 복장 성차별 비판 직면 규정 완화…'자유로운 복장' 허용 학교 늘어

[이슈진단]

"초미니스커트 배꼽 보이는 탱크탑, 잠옷 차림도 OK!"

세월이 흘러도 나름대로 전통이 지켜져왔던 미국의 초·중·고교 복장 규정이 허물어지고 있다.

AP통신은 미국의 학교 드레스 코드가 성차별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크게 완화된 새 규정을 도입하고 있다고 19일 보도했다. 미국 학교 드레스 코드는 여학생들에게 더 많은 규제가 가해진다는 이유로 남녀 불평등이라는 논란이 이어져온 이슈 중의 하나다.

AP통신은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해 일리노이주와 오리건주의 사례를 들며 여학생들에게 보다 자유로운 복장을 허용하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초등학교보다는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대부분이다.

보도에 따르면 알라메다(캘리포니아주)와 포틀랜드(오리건), 에반스턴(일리노이주)의 시교육구는 여학생들에게 가느다란 끈이 달린 탱크탑, 허벅지가 거의 모두 드러나는 미니스커트와 핫팬츠를 입고 등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알라메다 시에선 찢어진 청바지는 물론 잠옷 차림까지 허용할 정도다. 그러나 최소한의 규제는 있다. 신체의 가릴 부분은 가려야 하고 폭력과 욕설, 증오, 포르노그래피와 연관된 글귀나 이미지가 있는 의류는 안된다.

이같은 드레스 코드의 변화는 전미여성기구(NOW)가 지난 2016년부터 남녀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그에 따른 불필요한 규정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데 영향을 받은 결과다. 미국의 수많은 여학생들과 학부모들도 소셜미디어 공간을 통해 복장 규정의 불합리함을 호소해왔다.

미국의 초·중·고교 드레스 코드는 나름대로 엄격한 규정을 유지해왔으나 이젠 남학생에 대한 규제도 변하고 있다. 텍사스주 휴스턴 교외의 한 교육구는 남학생의 화장 금지 규정을 없애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학교 드레스 코드 완화가 어린 학생들의 사회화 교육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는 일부 학부모와 교사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복장 규정을 바꾸는 추세는 확산될 전망이다. 모자가 달려 있는 '후디(hoodie)'만 봐도 알 수 있다. 후디는 과거엔 모자 속에 흉기를 숨길 수 있다는 이유로 학교에 입고 갈 수 없었다. 하지만 현재 그런 드레스 코드는 미 전국에서 사라졌고, 오히려 청소년들이 등교할 때 가장 즐겨 입는 의류 중의 하나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