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프트 맥주 전문 레스토랑 '비어 가튼'/ 권영모 대표와 딸 앤씨

[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 기획보도 ]

<'가업을 잇는다'>

타지로 떠난 오빠 대신 뛰어든 아빠 창업 식당
1세 스타일 운영 갈등, 대화와 설득으로 돌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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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드 연구, SNS 판촉등 2세대 발상 성공가도
"세대는 달라도 꿈꾸는 아메리칸 드림은 같아요"

"아버지 이민 세대의 고난과 역경을 이해하고나니 감사가 생깁니다. 이젠 가업을 잇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89년생 뱀띠로 올 해 28세인 앤 권씨. 이민 1세대인 아버지의 삶을 떠올리면 선뜻 내리기 힘든 결정이었지만 2세대의 감각을 도입하면 되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가업을 잇기로 했다고 말한다.

현재 앤씨는 한인타운 북쪽 웨스턴 애브뉴와 베벌리 블러바드 인근의 드래프트 맥주(Draft Beer)전문점 '비어 가튼(Biergarten)의 실질적인 운영을 맡고 있다.

대학 전공과는 전혀 '딴 길'

앤씨는 UC 리버사이드에서 미디어 전공으로 졸업한 뒤 엔터테인먼트 관련 직종에서 잠깐 일을 하며 미디어 관련 부문 진출을 모색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를 도와 업소를 운영하던 오빠가 의대대학원에 진학하는 아내를 돕기위해 샌프란시스코로 떠나게 돼 어쩔 수 없이 생각지도 않던 비즈니스에 뛰어들게 됐다. 벌써 그게 7년전이다.

결정도 쉽지않았지만 처음부터 힘든 도전이었다. 그러나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앤씨는 '비어 가튼' 운영을 책임지는 든든한 매니저로서 손색이 없을 만큼 자리매김했다.

앤씨의 부친인 권영모(62세)씨는 1983년 도미해 타운 내 장수 한식당으로 유명한 동일장에서 요리사로 이민생활을 시작했다. 이어 1989년 버몬트 애브뉴와 올림픽 블러바드 인근에 위치한 스시 전문 레스토랑인 '쇼군'을 시작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까지는 '하네다 스시'등 스시 전문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잔뼈가 굵은 그야말로 식당 운영 전문가다.

권씨는 "스시 가게가 2010년 리스가 완료됐는데 연장 하지 않고 가족들과 상의 끝에 업종이 전혀 다른 독일식 생맥주 전문 레스토랑인 '비어 가튼'을 오픈하게 됐다"고 말했다. 권씨는 "아들이 옆에서 함께 운영을 맡아줘 기초를 닦는데에 큰 힘이 됐으나 샌프란시스코로 떠나게돼 나름 실망도 크고 혼자 가게를 꾸려갈 생각에 걱정이 됐던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막내 딸이 아버지의 뜻을 따라 선뜻 가업을 잇기로 마음을 정하고 돕고 나서 천군만마를 얻을 기분이었다"고 속내를 쏟아냈다.

식당 전문 베테랑 아버지

특히 1세대 보다는 2세 등 영어권 손님이 주를 이루는 이 가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영어구사는 필수였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딸이 돕겠다고 나서니 아버지의 시름을 덜게해 준 것은 물론 본격적으로 가업을 이어갈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어준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이다.

권씨는 지금도 그때 딸이 돕겠다고 나서지 않았다면 가게를 이어가지 못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한번 마음을 결정한 앤씨의 행보는 그 뒤로 거침이 없었다. 아버지와 비즈니스 스타일이나 사업 철학이 많이 달랐지만, 아버지를 설득하고 부딪히기를 계속하면서 나름대로 '드래프트 비어"에 대한 연구와 계발에 몰두했다. 또한 트랜드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운영 시스템도 인터넷과 SNS를 바탕으로 새롭게 구축해 나갔다.

땀과 노력의 결과는 그대로 나타났다. '비어 가튼'은 현재 25개의 드래프트 비어 탭 라인을 구축하고 전문 주류 바텐더를 갖춘 칵테일 바, 그리고 아버지가 맡고 있는 주방의 다양한 메뉴 등 타운 내에서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보적인 독일식 '드래프트 비어' 전문 레스토랑으로 발돋움했다.

가게 '브랜드화' 최종 목표

여기에 각종 스포츠를 시청할 수 있는 '스포츠 바'로서의 면모를 갗추며 스포츠 매니아들에게는 타운내서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스포츠 매니아들을 몰고 다니는 UFC 격투기 경기를 시청할 수 있는 타운 내 거의 유일한 곳으로 소문이 나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다. 이 모든 아이디어가 앤씨에게서 나온 것이라고 아버지 권씨는 자랑한다.

이른바, 한인 1세대의 '노하우'·'자본력'과 한인 2세대의'아이디어'·'추진력'이 결합돼 만들어 진 '가업 잇기'의 모범적인 사례인 것이다.

앤씨의 꿈은 진행형이다. 현재 '비어 가튼'의 고객 구성 비율이 한인 30% vs 타인종 70% 인데 한인 타운 뿐만아니라 주류 사회 고객들도 인정하는 레스토랑으로 가게를 브랜드화시키는 것이 그녀의 최종 종착점이다.

"가업을 잇는다는 것이 단순히 대물림은 아닙니다. 저는 오히려 아버지가 최고의 사업 파트너라고 생각합니다. 세대는 달라도 우리 부녀가 꿈꾸는 '아메리칸 드림'은 같습니다.